통관기준 수입가에 운임·보험료 포함|무역수지 계산 두가지방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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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올해 우리나라의 수출에서 수입을 뺀 무역수지가 1백10억달러나 되는 적자를 기록하리란 예상이다. 내년에도 그 적자 규모가 줄어들기는 커녘 20억달러나 더 늘어난 1백3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여 가뜩이나 어려울 내년 경제형편에 더 깊은 주름살을 지을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수출업무를 맡아 하는 정부부처인 상공부에서 우리가 그동안 일반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무역수지 통계와 다른 것을 내놓아 논란이 됐었다. 달마다 발표하는 수출입동향에시 그동안 내놓던 통관기준 무역수지를 빼고 국제수지기준 통계를 끼워넣었던 것이다.
이 국제수지기준 통계방식대로 하니까 지난 10월 이미 그 적자규모가 1백억달러를 넘어섰던 것이 77억달러에 그쳤다. 48억달러적자로 알고 있던 지난해 무역수지도 국제수지 기준으로 20억달러 적자였다.<그림참조>
이 방식대로라면 올해말 무역수지 적자규모가 90억달러 정도에 머무르리란 예상이다.
같은 무역수지인데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 그렇다면 둘 중 어느 하나는 잘못됐단 말인가.
우선 통관기준 무역수지를 알아보자. 통관기준 통계는 문자그대로 세관을 통해 오고가는 수출입상품을 가격으로 따저 단순집계한 것이다. 그런데 우선 그 가격기준에서부터 차이가 있다.
우리 세관에 신고되는 수출상품의 가격은 수출선박에 상품을 실어 놓을 때까지의 가격(본선인도가격·FOB)이다. 반면 수입상품은 외국 항구에서의 FOB가격에다가 바다를 건너오는 동안의 운임과 보험료까지 얹은 가격(CIF)으로 계산한다.
수출입중 어느쪽이 많으냐를 제대로 보려면 FOB나 CIF중 어느 한가지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 그런데 통관기준 계산에서는 수출은 FOB, 수입은 CIF로 하므로 수입액이 수출액에 비해 상대적으로 운임과 보험료만큼 더 잡히게 된다는 이야기다.
반면 국제수지기준 무역수지는 수출과 수입을 다같이 FOB로 잡는다. 통관기준에서 잡히는 수입액(CIF)에서 운임과 보험료만큼을 빼고 우리가 수출하는 FOB와 같은 기준으로 계산하는 것이다.
이때 제외된 운임·보험료는 무시하지 않고 고스란히 서비스분야에서의 수지를 따서 보는 무역외수지에 넣어 전체 경상수지를 따질 때 반영한다. 그 돈이 다른곳으로 가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이같은 계산방식에 따라 국제수지기준 무역수지 통계는 통관기준보다 늦게 나온다.
외국에선 혹시 오해를 살수도 있는 통관기준 무역수지 통계를 별로 쓰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60년대부터 수출이란 나무를 기둥으로 삼아 경제를 발전시켜오면서 조금이라도 빨리 나오는 통계로 수출드라이브정책을 펴야 하겠기에 통관기준 통계를 써오고 있다.
그런데 이 통관기준으로 무역수지 적자가 지난 10월1백억달러를 넘어서자 상공부가 숫자에 민감한 국민여론을 의식해 11월 수출입동향부터는 적자규모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국제수지기준 통계를 들고나온 것 같다.<양재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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