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되는 소 연방 해체 이후(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소련없는 세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러시아공화국 등 슬라브 3국의 독립공동체 선언을 접하고 모두가 갖게되는 궁금증이다.
그 궁금증이란 소련이라는 거대한 제국이 해체되면서 어떠한 민족·민주국가들이 탄생할지에 대한 기대감 보다는 그 과정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하는 불안감에서 비롯되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변화가 질서있고 안정된 바탕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긴장과 혼란,대립분위기속 진행되고 있다는데서 깊은 우려를 갖게한다. 울선 내부적으로 심각한 경제난에 따른 소요가 예상되고 있으며 보수파에 의한 새로운 쿠데타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소연방을 이루고 있는 각공화국이 독립을 표방하며 심각한 민족·종족간의 갈등이 분출되고 있는 참이다. 중앙정부의 통제가 약화되면서 그러한 성향과 가능성은 더욱 높아져 왔었다.
소련이 분열되고 중앙정부의 권위가 약화되면서 가장 우려됐던 것은 핵무기의 관리문제였다. 몇몇 공화국에 배치돼 있는 핵무기에 대한 통제가 불확실해질 경우 노출되는 위험성 때문이었다.
더욱이 유고의 민족·종족간 대립으로 빚어지고 있는 분쟁을 묵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련의 현재를 보는 눈은 불안하기만 하다. 갈기갈기 찢긴 소련,유고에서 처럼 민족간·종족간의 분쟁이 벌어지는 소련을 상정할 경우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의 영역에 숱한 핵무기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슬라브 3국이 공동체 선언을 하며 핵무기에 대한 통제와 소련이 체결했던 온갖 국제조약을 준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은 상황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안심할 일은 못된다.
슬라브민족이 아닌 다른 민족의 입장에서 보자면 세공화국의 공동체선언은 「인종적·지역적」이라는 비판을 받을만한 소지도 있다는데서 민족간의 갈등을 심화시킬 여지도 갖고있다.
지금의 추세로 보아 불확실하기는 하지만 쿠데타가 없다면 소련의 괴멸과 함께 여러개의 민족국가가 출현하는 것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는 냉전시대로 역류되지 않기를 바라고 혼란이 없기를 바라겠지만 영향력을 행사할 처지는 못된다.
다만 경제난으로 인한 민란이 벌어지지 않고 민족갈등이 첨예화 되지 않도록 간접적으로 도와줄 수는 있을 것이다. 개혁을 추진하는 공화국에 대한 물질적·정신적 지원을 증대시킴으로써 위험을 최소화 하는 방법이다.
개혁세력들로 하여금 핵무기 문제,군축문제,인권문제,국경문제 등에 대한 협약을 지키겠다는 다짐을 받아내고 지원하면서 소련사멸 이후에 대비하는 방안도 이제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때다.
어쨌든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최악의 사태가 오지않도록 방법을 모색해야할 때다.
슬라브 3국의 선언은 어쩌면 독일의 통일보다 더 중요한 금세기 역사의 분수령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