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 배워야 산다" 미 CEO들 자녀 채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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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자녀 사이에서 중국어 배우기 바람이 불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대기업 CEO 자녀가 부모의 성화로 중국어 공부에 매달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미 CEO들이 중국어 공부를 강력히 권유하는 건 자신의 체험 때문이라는 것. 즉 대기업을 운영하면서 중국 시장이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거라는 점을 누구보다도 절감하고 있다는 얘기다. 심지어 일부 CEO는 앞으로 중국어를 하지 못하면 세계 시장에서 도태되거나 최소한 경쟁력을 크게 잃을 것으로 우려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 수출은 32%나 늘었다.

이 같은 추세로 인해 연매출 50억 달러에 이르는 존스 어패럴의 CEO인 피터 보너파르트를 비롯, 투자은행인 뉴하버의 CEO인 제이 비티 등 많은 대기업의 대표들이 중국어를 배우도록 자식들을 채근하고 있다고 WSJ이 보도했다.

CEO 부모들의 성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중국 출장을 갈 때 자식들을 데리고 가는 사람도 많다. 심지어 골드먼 삭스의 전 CEO인 존 손턴은 2005년 칭화(淸華)대 교수로 초빙되자 아들을 데리고 가서 몇 달씩 함께 살기도 했다.

이와 함께 중국어 조기학습이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CEO 중에는 유아 때부터 중국어를 가르치기 위해 아예 중국인 보모를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 뉴욕의 아시아 소사이어티에는 중국인 보모를 소개해 달라는 CEO들의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

미 정부 당국도 중국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 정부 등의 주도로 진행 중인 70여 개의 외국어 지원 프로그램 중 절반 이상이 중국어 학습을 위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풍조에 대해 비판론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중국어 학습에 쏟아붓는 시간과 정성에 비해 성과는 미미할 거라는 지적이 많다. WSJ는 최근의 중국어 열기를 1980년대 일본 경제의 부상과 함께 일었던 일본어 배우기 바람과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당시 일본어를 배웠던 비즈니스맨의 상당수가 지금 이를 후회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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