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원이면 백마와 성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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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눈과 하얀 피부에 S라인 몸매까지 …. 남성의 성적 판타지로만 여겨지던 백인 여성을 실생활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백인 여성과 만남을 목적으로 하는 인터넷 커뮤니티가 우후죽순 늘어나는가 하면. 그들과의 결혼을 전문으로 알선해 주는 결혼 정보 회사들도 줄을 잇고 있다. 백인 여성은 더 이상 판타지의 대상이 아닌 현실 그 자체로서 우리 주변에 자리하고 있었다.

지난 주말 한국에서 생활하는 그들의 실상을 알아보기 위해 백인 여성이 근무한다는 강남의 한 섹시바를 찾았다. TV 광고에서나 볼 수 있었던 백인 미녀가 있다는 이유로 그곳은 밤 12시가 넘은 시각에도 남자 손님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그곳에서 만난 L(26)양은 비키니 차림에 8등신 몸매를 자랑하며 손님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왔다는 그녀는 현재 모델 일을 병행하며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 모 대학교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공부한다는 그녀는 우리말을 능숙하게 구사했는데 특유의 독특한 억양에 귀여워 보이기까지 했다. 얼마 전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한국인 남자 친구와 헤어졌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넋두리하듯 털어놓는 그녀에게서 그네들만의 솔직한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백인 여성과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L양은 자신의 주변에도 한국인 남자와 결혼한 친구들이 여럿 있지만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만나면 오래 못 간다”며 백인 여성에 대한 환상은 환상일 뿐 현실에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20만원이면 ‘백마(백인 여성)’와 성관계를 할 수 있다”는 호객꾼들의 제안을 들으며 아직도 우리 사회에 만연한 백인 여성에 대한 성적 판타지와 불법 성매매가 백인 여성과의 건전한 만남을 이어가는 이들에게 더 큰 짐을 지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민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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