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분된 조계종 화합에 앞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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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무관(해인사)·장곡(고란사)·현지(원효사)·여연(일지암)·돈연(경전 읽기 모임 대표)등 30∼50대의 일선주지급 소장승려 41명은 지난 22일 광주 증심사에서 종단사태수습을 위한 「대한불교조계종 전국말사주지연합회」발기인모임을 갖고 『출가본연의 정신을 회복, 종단에 산적된 분규의 구조적 원인을 타개하는데 앞장설 것』을 다짐했다. 이들은 발기취지문을 통해 『개혁을 이끄는 진정한 주체세력으로서 침체된 불교의 위상중흥을 위해 힘써 나가겠다』고 밝히고 『이를 위해 조계종 단의 화합, 정법의 수호, 포교·역경·도제양성 등 불교중흥을 위한 3대 사업성취를 목표로 정기적·체계적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날 발기인 모임에서는 전국말사주지연합회의 정식결성을 위한 준비위원 20명이 따로 선정됐으며 이들이 지난 26일 대전 심광사에서 회합, 회칙 및 향후일정 등에 관한 구체적 논의를 편 끝에 오는 12월2일 오후2시 서울구룡사에서 창립대회를 갖기로 결의했다.
12월2일 정식대회를 통해 결성될 「대한불교조계종전국말사주지연합회」는 문자 그대로 조계종 단에 소속된 전국 말사의 주지급 승려들을 회원대상으로 하는 임의단체다. 이들은 미리 마련한 회칙에서 조직을 구성하는 회원의 범주를 「출가수행자와 뚜렷한 전법목적이 있는 군법사에 한한다」고 규정하고있다.
회원들은 『화합과 법의 수호를 위해 내화외쟁의 뜻 아래 수행의 정신으로 행동한다』는 기본강령에 충실해야하며 회칙에는 이물이 추구해야할 구체적인 일과 행동으로 ▲개인의 정화 ▲포교의 현대화와 불법확산을 위한 역경사업 ▲화합과 정법수호를 위한 즉각적 실천 ▲교단문제의 자체 해결을 위한 노력 등이 명시되어 있다.
이번 전국말사주지연합회의 결성은 지난해 11월 정기총회에서의 종정추대건이 빌미가 돼 벌어지기 시작한 조계종 분규가 만1년 만에 강남·강북에 두개의 총무원이 들어서는 심각한 양분상태로 발전하면서 뜻 있는 젊은 승려들이 느끼게 된 일종의 위기의식을 반영하는 것이다.
종정추대건으로 단초를 연 종단분규는 서의현총무원장과 반서의현진영이 대립하는 본격적인 증권다툼으로 변질됐고 급기야는 양측에 의해 7·8해인사 승려대회, 9·26통도사승려대회 등 1년 동안에 두 차례나 전국승려대회가 개최되는 불교사상 초유의 사태를 거쳐 사실상의 분종이라고 할 수 있는 두 총무원의 분립으로까지 치달아 있다.
총무원이 강남·강북에 따로 들어선 지 2개월 여가 지나고 있으나 두 총무원 모두 당초 내건 개혁의지의 가시적 실천은 뒷전에 둔 채 제각기 현상의 세를 유지하는 데만 급급한 상태다.
이번에 결성되는 말사주지연합회는 조계종 단의 이 같은 파국적 상황을 배경으로 불교가 가야할 정도의 실천을 통한 「아래로부터의 개혁」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번 모임을 주도한 젊은 승려들은 대부분 그동안 서의현총무원장 측과 반서진영이라는 분쟁당사자들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두고 계속 중립적 입장을 지켜온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종단저변의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서교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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