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퇴출 명단에" 의자 던지며 반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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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5일 오전 서울시청 서소문 별관의 한 사무실. 과장으로부터 퇴출 후보 명단에 포함됐다는 통보를 받은 한 팀장급 직원이 분을 참지 못하고 고함을 지르며 소란을 피웠다. "왜 내가 퇴출 후보로 선정됐느냐"는 항변이었다. 이 공무원은 의자 등 집기를 사무실에 던지기도 했다.

업무 능력이 떨어지는 3% 퇴출 후보 공무원들의 명단 제출 마감을 앞두고 서울시는 하루 종일 몸살을 앓았다. 퇴출 후보 명단에 포함된 공무원 중 일부는 반발했고, 포함되지 않은 직원들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명단 작성 작업이 은밀히 이루어졌기 때문에 공무원들은 주변 선후배, 동료 중 명단에 포함되는 사람이 있는지 신경을 곤두세웠다.

이런 가운데 38개 실.국.사업소의 주무 팀장들은 시 인사과에 일제히 명단을 제출했다. 마감 시한인 오후 6시에 임박해서야 제출 작업이 끝났다.

◆ 막판까지 진통=이날 오전까지는 한 곳도 명단을 제출하지 않았다. 시 인사과는 오후 4시 각 국.실 주무과의 주무팀장들을 긴급 소집해 명단 제출을 독려했다.

한국영 인사과장은 "서울시 공무원들이 시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일 안 하는 공무원을 솎아내는 길밖에 없다"며 명단 제출을 주문했다.

노조의 반발도 계속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공무원 노조 설립을 준비하는 통합추진준비위원회 관계자가 서울시 내부 전산망에 '가장 먼저 명단을 제출하는 국.실장을 가려내 응분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글을 띄우기도 했다. 글은 곧바로 삭제됐지만 실.국장들의 부담은 클 수밖에 없었다.

◆ 어떻게 뽑았나=규모가 큰 국.실의 경우 총원이 200명을 넘기 때문에 국.실장이 퇴출 후보 3%를 가려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과별로 과장과 팀장들이 서너 차례 회의를 열어 명단에 포함할 공무원들을 선정했다. 국.실별로 반드시 한 명씩 포함시켜야 하는 5급 공무원은 국.과장들이 모여 선정했다. 국.과장들은 퇴출 후보자 선정을 위한 뚜렷한 기준이 없어 고민했다.

한 과장은 "업무태도.능력.실적 등에 대한 객관적 자료가 없어 결국 같이 일해 본 상급자들이 후보자를 선정하는 게 가장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과장은 "특정인이 명단에 포함돼야 한다는 데는 대부분 쉽게 동의하는 것 같다. 하지만 당사자가 '왜 나인가'라고 반발하면 제시할 마땅한 근거가 없어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국.실은 퇴출 후보 선정 사실을 본인들에게 전달했다. 인사 대상에 포함된 직원들은 모두 5순위까지 희망 부서를 제출했다.

◆ 앞으로 일정은=퇴출 후보자들은 일반적인 전출 희망자들과 아무런 구분 없이 섞여 두 차례의 전출 기회, 개인 소명 등을 거쳐 현장시정추진단으로 추려진다. 시 인사과는 최대한 신속하게 현장시정추진단을 구성할 방침이다. 두 차례 전출 기회에서 아무런 선택을 받지 못한 퇴출 후보자들은 26일 개인 소명, 27~29일 감사관 검토, 30일 행정부시장 주도의 심의위원회 등을 거친다. 여기에서 최종적으로 구제받지 못하면 현장시정추진단에 포함된다. 5급은 다음달 3일, 6급 이하는 10일 인사가 난다. 시는 현장시정추진단에 들어간 공무원의 명단을 발표하지 않고 전체 숫자만 밝힐 계획이다. 시는 예년의 인사 규모에 비춰 퇴출 후보가 240명 안팎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신준봉.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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