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핵 무력저지는 안된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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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의 핵무기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무력사용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또 나오고 있다. 미 상원의 동아시아­태평양소위의 청문회에서 일부 증언자들이 내세운 북한의 핵위협 제거방안이다.
이는 결국 한반도에서 또 한차례의 전쟁가능성이 있더라도 강행하자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그 목적이야 어떻든 우리로서는 섬뜩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특히 한미 두나라 정부가 북한의 핵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평화적 수단을 사용하자고 합의한 다음 이러한 주장들이 고개를 숙이지 않고 있는데 대해 우리로서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비록 그러한 주장들이 북한이 반드시 핵사찰을 수용하고 재처리 시설을 포기시키기 위한 엄포용이라 할지라도 당사자인 우리에게는 불안하기 짝이 없는 주장이다.
더구나 우리 정부는 이미 북한핵문제 때문에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조치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또 이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은 어떤 형태든 당사자인 우리 정부와 협의해야 한다는 원칙을 밝히고 있다.
그런데도 그것도 미국 의회에서 일부 의견이라고는 하지만 공공연히 무력사용이 거론되고 있다는데 대해 경각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우리로서는 그러한 논의 자체가 남북한의 긴장과 불안을 증폭시킬 가능성이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한 주장은 우선 현재의 시류와도 거슬리는 말이다. 국제적인 분위기도 화해를 지향하고 있지만 남북한 관계도 이제 어느 정도 대화를 통해 평화를 정착시키려는 노력이 차곡차곡 쌓이는 과정에 있더.
더욱이 우리민족으로서는 분단 50년만에 처음으로 통일의 가능성까지 기대해 가며 여러차원에서의 교류를 시도하고 자그마하지만 성과를 거두어 가고 있는 단계다. 이러한 단계에서 아무리 제한된 공격이라고 할지라도 무력사용은 자칫 전쟁을 유발할 가능성이 많다.
만약 그러한 사태가 빚어진다면 이는 숱한 인명의 희생은 물론 한반도를 초토화하고 통일의 꿈을 무산시킬 수도 있다. 우리에게는 민족의 운명이 달린 문제다.
물론 그러한 주장들이 북한의 핵위협이 얼마만큼 심각한지 경각심을 일깨우는 효과는 있을지 모른다. 또 그토록 중요한 문제가 몇몇 학자나 전문가들의 의견제시로 좌우되리라고 믿지도 않는다.
그러나 이미 우리의사와 관계없이 치러졌던 6·25의 비극은 아무리 조그마한 변화에라도 민감하게 만들고 있다. 아무리 국제적 대의명분이 훌륭하다 하더라도 우리에게 핵의 피해와 전쟁위협을 주는 것이라면 그것은 강대국 논리로 밖에 비쳐지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계속 갖가지 구실을 내세워 핵사찰압력을 회피하고 있지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분위기는 성숙되고 있는 단계다. 한반도의 핵부재선언도 이미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그때가 되면 북한으로서 태도를 분명히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대화란 전제가 중요한다. 평화적 해결을 전제로 해야 평화적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무력을 전제로 한 대화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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