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상국장 '황사 궤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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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는 순기능도 하고 있다." "사람이 황사를 막으려는 것은 과학 법칙에 어긋나는 행위다."

산업과 보건.위생 등의 영역에서 막대한 손실을 끼치는 황사 문제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최고위 기상 당국자가 황사의 긍정적 역할을 강조하는 발언을 함으로써 파문을 일으킬 전망이다. 14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천다허(陳大河.사진) 중국 기상국 국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황사가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취지로 자신의 주장을 장황하게 펼쳐 중국 언론으로부터 "황당하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천 국장은 인터뷰에서 "황사는 자연 현상이어서 소멸할 수 없다"며 "황사를 억제하겠다는 것은 과학 법칙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황사가 인류에게 손실을 안겨줬지만 동시에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고 주장했다. 천 국장은 그 근거로 "황사가 아시아 대륙에서 태평양 쪽으로 이동하며 대기에 광물성 가스 교질(膠質:끈끈한 물질의 콜로이드) 용액을 실어 나른다"며 "이 성분은 비를 내리게 하는 데 필수적인 응결핵(凝結核)을 형성한다"고 했다.

그는 또 "대량의 광물질이 빗물을 따라 바다로 흘러들고 이 광물질이 (플랑크톤 등) 부유생물을 먹여 살려 결국은 새우가 이들을 먹고, 물고기가 다시 새우를 포식하는 먹이사슬을 만들어 낸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황사가 없었다면 중국도 없었을 것이고 중화 민족도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사가 100만㎢에 가까운 황토 고원을 만들었고 이 일대를 흐르는 황허(黃河)가 대량의 토사를 운반해 화베이(華北)평원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즉 황사가 없었더라면 중화 민족 발상지인 황토 고원이 없었을 것이고 결국 중화 민족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란 논리다. 천 국장은 "수백만 년 전부터 존재해온 황사라는 자연법칙을 소멸시키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황사가 인류에 끼치는 막대한 손실을 무시할 순 없지만 현재로서는 이를 완전히 소멸시킬 수 없기 때문에 생태 환경 보호를 통해 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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