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또 "천길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데 풀 포기 하나 잡으려고 안달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며 "뭇사람은 결과를 중시하지만 보살은 씨앗을 심는 것을 중시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언에 대해 손 전 지사 진영에선 그가 경선 불참이라는 '더 어려운 길'을 결심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캠프 내 한 인사는 "(경선 불참이라는) 큰 흐름이 잡혔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정문헌 의원도 "손 전 지사는 당이 구시대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면 '순교'할 생각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순교란 경선에 불참한 채 당의 변화를 유도하며 때를 기다리겠다는 의미라는 설명이다.
이런 분위기는 12일부터 감지됐다. 이날 참모 회의에서 손 전 지사는 경준위 불참을 결정했다. 그러고는 "언론 접촉을 자제하라"며 측근들에게 함구령을 내렸다고 한다. 한 인사는 "한나라당이 껴안아야 할 젊은층.중도세력.소외계층과 통하는 손 전 지사에게 당과 다른 주자들은 활동 공간을 제공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는 말로 손 전 지사의 심경을 전했다.
문제는 그가 경선 불참을 공식화할 경우 이후의 행보다. 캠프 내부에선 당에 남아 지난해처럼 전국을 돌며 바닥을 훑는 제2의 '100일 민심 대장정'이 아이디어로 나온다. 동시에 탈당해 '제3지대'에서 세를 규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물론 최측근 인사들은 "먼저 탈당하는 일은 절대 없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그가 말한 '더 어려운 길'엔 '탈당'도 포함된 것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손 전 지사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채병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