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일본 버블 붕괴의 축소판이 벌어진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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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주간 미국 증시, 더 나아가서는 세계 증시를 짓눌러오던 서브 프라임 부실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우리 시간으로 오늘 새벽 끝난 미국 증시는 서브프라임 업체인 뉴센추리파이낸셜의 상장 폐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폭락 양상을 보였다. 다우 지수는 240포인트 넘게 하락하며 2% 떨어졌고, 나스닥도 2% 넘게 떨어졌다. 지난 2월 27일 급락 이후 꼭 2주만의 주식시장 침몰이다.

서브프라임이란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모기지(장기 주택담보대출) 제도. 그런 만큼 이자가 비싸고 대출 조건도 까다롭다.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수익률이 높은 사업 분야지만, 모기지 대출자의 소득을 검증하지 않기 때문에 돈을 떼일 위험성도 높다. 개인 입장에서도 모기지를 조기 상환할 경우 수수료가 상당히 높은 데다가 변동 금리시 부담이 커진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최근 미 경제가 활황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많은 금융기관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어 과열 양상을 빚어왔다. 1998년 이후 최근까지 미국 모기지 대출자 다섯명 가운데 한 명이 서브프라임 이용자라는 분석이 나와 있을 정도다. 이런 상태에서 최근 몇 년간 금리는 계속 뛰었고, 최근 1년여간은 부동산 값마저 크게 하락했다. 이 때문에 서브프라임 업체들이나 이 분야에 뛰어든 금융기관들은 고전을 면치 못해 왔다. 전통적인 금융자본으로 이 분야 2위인 HSBC(홍콩상하이은행)의 경우는 이미 106억달러의 손실을 보고한 상황. 서브프라임 전문업체들이 받은 타격은 더욱 커서 3위 업체인 뉴센추리파이낸셜의 상장 폐지 가능성까지 거론되기에 이른 것이다.

문제는 서브프라임 시장 붕괴의 연쇄 작용이다. 모기지 시장의 부실화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증시와 세계 증시가 불안해진다는 얘기다. 여기에 미국 부동산 값의 하락이 계속 이어질 경우, 80년대말부터 시작된 일본 버블 붕괴와 같은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 다만 미국의 경우 부동산을 비롯한 경제 규모가 일본과는 다르고, 거품 자체도 많이 끼여 있지 않다는 점에서 일본 버블 붕괴의 축소판 양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일본처럼 장기적으로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세계 증시를 비롯,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고, 그럴 경우 우리 증시와 금융시장에 미칠 여파가 우려된다.

이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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