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삼성화재배 세계 바둑 오픈
<결승 2국>결승>
○ . 이창호 9단 ● . 창하오 9단
'참고도' 백1로 나가는 것은 무리다. 흑2로 끊겨 백은 일순간에 지리멸렬이 된다. 이창호 9단은 부득이 56으로 후퇴했고 흑은 57로 기분 좋게 막아버린다. 56이 완전 공배라면 57은 중앙을 호령하며 흑을 살찌우는 두터운 한 수. 58로 기대며 벼랑 아래로 달아나고 있으나 주변 흑이 단단해 백대마의 걸음은 더디기만 하다.
얼굴에 홍조를 띤 이창호 9단이 뒷머리의 진땀을 수건으로 닦아내고 있다. 고전이다. 마치 귀신이 홀린 듯 정처 없이 쫓기고 있다. 이 9단이 초반부터 이처럼 고전하는 모습을 전엔 본 적이 없다.
창하오는 59로 슬쩍 그물을 친 뒤 61, 63으로 눈을 탈취한다. 그의 손속이 기계처럼 정확하다는 느낌이 든다. 정말 많이 변했구나, 창하오! 64로 호구를 쳐 힘겹게 탄력을 붙이려 하자 흑은 '안 된다'며 다시 65, 67로 숨통을 바짝 조여온다. A로 두면 백 9점이 잡힌다. 백은 이 모두를 살려나갈 수 있을까.
박치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