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단추 선물… 궁색한 변명/노재현 정치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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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아태경제협력(APEC) 각료회의 마지막날인 14일 오전 회담장인 호텔신라 영빈관에서는 난데없는 「금단추시비」가 벌어졌다.
내용인즉 회의의 공동의장직을 맡고 있는 이상옥 외무장관이 회의에 참석한 15개국 각료 29명 전원에게 개당 50만원짜리 순금 카프스버튼을 선물했고,이것이 국제관례에 비추어도 지나친 과소비가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봉서 상공장관이 이외무장관과 같은 공동의장 자격으로 일부 외국각료에게 7만원짜리 목제 보석함을 선물한 사실과 함께 한 조간신문에 이 내용이 보도되자 외무부 관계자들은 『모처럼 열린회의에 오신 분들께 선물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금단추는 순금이 아니라 18금이고 가격도 50만원이 아닌 45만원짜리다』『선물의 가격을 밝히는 것은 귀한 외국손님들에게 큰 실례』라며 진화작업에 나섰다.
또 「순금이 아니라 18금」이라던 금단추는 오전 10시쯤에는 외무부 대변인에 의해 다시 「14금」으로 낮춰졌다.
외무부는 이와 함께 『통상 1백∼1백50달러에 상당하는 선물을 하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마찬가지』라며 언론이 왜 잔치에 재뿌리는지 모르겠다는 투로 해명했다.
물론 45만원은 외무부가 밝힌 국제관례에 비추어 보아도 「과소비」 소리를 면할 수 없지만 문제의 본질은 그같은 가격차이에만 있는 것이 아님을 외무부는 느껴야할 것 같다.
바로 전날까지 회담장 부근 장충단공원등 곳곳에서는 쌀수입개방 반대시위가 벌어지고 있었다.
『한국의 수입개방에 예외없다』고 외치고 다니는 베이커 미 국무장관은 이날까지 두차례나 공식모임에 지각을 하는 결례를 범했다.
멀게는 우리의 「높은 분」들이 해외순방을 하거나 외국귀빈이 국내에 왔을 때 종종 범했던 우리측의 「과공」이 국민들의 뇌리에 좋지않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회담장밖의 분위기를 너무 모른다』『아직도 샴페인부터 터뜨리던 기억에 젖어있다』고 우리 주최측을 나무라는 것이 과연 지나친 일일까.
금단추시비를 맞아 금의 「순도」와 「가격」에만 신경쓰는 외무부의 태도가 안쓰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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