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확실한 불법자금은 못 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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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로 다가온 대북 금융제재 해제의 최대 쟁점은 동결된 북한자금 2400만 달러 중 얼마를 푸느냐는 것이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미국이 부분 해제에 그친다면 우리도 영변 원자로를 부분적으로만 폐쇄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전면 해제를 하지 않으면 '2.13 베이징 합의'가 망가질 수도 있다는 경고다. 일단 미국은 "15일까지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 재무부는 북한 자금의 절반 정도(1200만 달러 선)를 불법성이 덜한 돈으로, 나머지는 불법성이 강한 돈으로 분류해 마카오 당국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확실한 불법행위에 연루된 절반은 풀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미 재무부 조사 결과가 마카오 당국이 지난해 자체적으로 실시한 BDA 조사 결과와 크게 차이 난다는 것이다. 마카오 금융 당국은 당시 수개월간 조사한 결과 북한 자금 2400만 달러는 아무 문제없는 돈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마카오 정부는 지난달 말 대니얼 글레이저 미 재무부 부차관보가 미국의 조사 결과를 통보한 직후 자체 조사 결과를 흘리기 시작했다. 이는 미국에 '우리가 보기엔 북한 자금이 합법이기 때문에 앞으로 전액 해제할 계획임'을 미리 시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풀어줄 북한 돈을 놓고 미국과 마카오 정부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양상이다.

미 재무부 소식통들은 "마카오 당국의 조사는 BDA에서 한 차례만 제출받은 자료를 근거로 조사함으로써 불법 사실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이에 비해 미 재무부 팀은 수상한 대목마다 BDA로부터 추가 자료를 받아 끈질기게 의혹을 밝혀냈다는 것이다.

이들은 "마카오 당국이 자체 조사 결과를 내세워 북한 자금을 전면 해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소식통들은 "전면 해제는 국제 금융계에 막강한 힘을 가진 미국은 물론 대북 제재 결의안을 통과시킨 유엔에도 도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분 해제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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