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詩)가 있는 아침 ] - '오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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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이장욱(1968~) '오해' 부분

나는 오해될 것이다. 너에게도 바람에게도 달력에게도
나는 오해될 것이다. 아침상 위에서,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나긴 터널을 뚫고 지금 막 지상으로 나온 전철 안에서, 결국 나는
나를 비껴 갈 것이다.



오해 받으면 좋아하고 싶은데-, 하느님은 영원부터 영원까지 오해되시지. 신들은 줄곧 오해만 받아, 신학박사도 계속 쏟아질 수 있고, 그래서 생계도 꾸려지는 것, 창세 이래 신들의 이름으로 서로 죽이고 빼앗는 전쟁이 신들을 오해한 결과가 아니랴. 시인이 받는 오해란 신들의 경지에 가까워진다는 증거도 되리니, 나보다 누가 나를 더 오해하랴.

유안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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