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초한지' 20년만에 햇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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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뽑고 하늘을 뒤엎는 힘을 자랑하는 항우, 건달 출신이지만 사람을 끄는 유방이 천하의 패권을 놓고 다투는 이야기 '초한지'(사진)는 다양한 인간군상이 등장하고 극적인 결말로 인해 소설.만화.드라마 등의 단골 소재다.

이번엔 만화가 고우영의 극화로 만난다. 1984년부터 2년간 모 스포츠신문에 연재된 것을 복간한 것이니 20년 만이다.

고우영 화백은 신랄한 풍자와 유쾌한 해학으로 동양 고전을 새롭게 해석한 작품을 즐겨 그려 한국 만화사에 굵직한 자취를 남긴 만화가.

다시 보는 그의 '초한지'(전 8권, 자음과 모음)는 시대를 뛰어넘는 생동감이 여전하다.

유방의 느물느물함, 항우와 번쾌의 저돌성, 한신의 비장함은 그대로고 여기에 신문연재 당시 시대상황에 밀려 폭력성.선정성 등의 이유로 부득이 삭제됐던 컷들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저자는 '작가의 글'에서 "신문과 책자의 판형이 달라 자르고 꿰매고 헤집었던 그림들을 살리고 분실된 원고를 일일이 새로 그려 넣느라 흰머리가 부쩍 늘었다"고 복원작업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어쨌거나 작가의 이런 수고 덕분에 독자들은 토사구팽.금의야행.권토중래 등 고사성어의 뿌리가 된 이야기에 재미를 더해 읽을 수 있게 됐다. 각 권 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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