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펌, 한국시장 진출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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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청와대를 예방한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左)이 노무현 대통령과의 면담을 마친 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와 얘기하고 있다. [사진 = 안성식 기자]

한.미 양국이 법률시장 개방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국내 법률시장에도 조만간 미국 법률법인(로펌)이 진출하게 됐다. 양국은 8일 오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8차 본협상을 개막하고 닷새간의 일정에 들어갔다. 양측은 협상 첫날인 이날 전체 19개 분과 중에서 처음으로 경쟁분과 협상을 완전 타결했다. 자동차.의약품.무역구제 등 핵심 분야에선 여전히 현격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양국은 그러나 협상 시한(4월 2일)이 임박해짐에 따라 마지막 대규모 협상이 될 이번 8차 협상에서 쟁점에 대한 '가지치기'를 매듭지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타결된 쟁점=협상 첫날 여느 협상 때보다 타결된 쟁점이 많았다. <표 참조> 서비스 분과 회의에서는 그동안 쟁점으로 꼽혔던 시장개방 제외(유보) 업종 대부분을 서로 인정해 주기로 했다. 우리 측이 일본처럼 3단계로 점진 개방하겠다고 요구해 왔던 법률시장에 대해 양국은 단계적 개방 원칙에 합의하고 단계별 시행 시기에 대한 조율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국내 법률시장은 협정 발효 직후 미국계 로펌의 분.사무소 설치와 외국법 법률 자문을 허용한 뒤 2단계로 국내 법률 법인(로펌)과의 업무제휴를 허용한다. 이어 국내 로펌과의 합작이나 한국인 변호사의 직접 고용을 허용하는 3단계 방식의 개방이 이뤄진다.

회계.세무시장도 우선 외국 회계법인의 국내 사무소 설치와 외국 회계제도 자문을 먼저 허용한 후 외국 회계법인의 국내 회계법인 직접출자를 허용하는 2단계로 나눠 개방키로 했다.

경쟁분과 협상에서는'동의명령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이 제도가 국내에 도입되면 공정법 관련 조사와 소송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우리 측이 요구했던 공기업의 독점적인 지위 인정은 받아들이되 요금체계 등 시장을 왜곡하지 않을 의무를 추가하는 선에서 절충이 이뤄졌다. 금융분야에서도 외국계 보험사가 국내에서 대면(對面) 방식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금지키로 했다.

◆미국의 막판 표적은 쇠고기.자동차=미국은 쇠고기.자동차에 대한 공세로 포문을 열었다. 웬디 커틀러 미국 수석대표는 이날 첫 기자회견에서 "쇠고기 시장의 완전 재개방 없이는 FTA는 없다는 게 미국 의회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전날 열렸던 농업 고위급 회담 결과에 대한 한국 측 발표를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한국에 가장 민감한 '쌀'을 지렛대로 활용해 '쇠고기' 개방을 최대한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에 따라 향후 협상에서 갈비까지 포함한 한국의 쇠고기 시장 완전개방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미국이 노리는 또 다른 분야는 자동차다. 커틀러 대표는 이에 대해 "자동차 분야에 대한 미국 의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 협상 될 것"=양측의 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지만 이번 협상의 최대 변수는 촉박한 협상 시한이다. 미 의회가 통상협상권한을 행정부에 위임한 무역촉진권한(TPA)의 적용을 받으려면 한.미 FTA 협상은 4월 2일이 마감시한이다. 이에 따라 양측은 이번 협상에서 공격의 칼날을 겨누면서도 시한 내에 타결하자는 의지도 강력하다는 게 협상장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커틀러 대표도 "8차 협상이 마지막 협상(final round)이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홍병기.윤창희 기자 <klaatu@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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