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주정 아들 고소한 사연(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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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자식 미운 어미가 있겠습니까만은 술을 끊지 않으면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할 것같아 아들을 고소까지….』
술에 취해 집에 들어와 자신을 폭행한 아들 정건웅씨(36·무직)를 경찰에 고소해 구속시킨 서울 장안1동 이모씨(54)는 유치장에서 떨고 있을 아들 생각에 밤이 새도록 잠자리에 들수가 없었다.
정씨가 어머니 이씨를 상습적으로 폭행하기 시작한 것은 10여년전부터.
『아들은 어렸을때 얻은 불구때문에 술만 먹으면 괴로워하며 어미인 저를 닥달했습니다.』
중학교 다닐때 공장에서 일하다 잘려나간 손가락 때문에 정씨는 폭음만하면 이씨를 폭행해왔다.
결혼에도 실패하고 불구로 인해 실직이 거듭되면서 정씨의 행패는 버릇처럼 돼 버렸다.
2일에도 정씨는 만취해 들어와 파출부 일을 하는 이씨가 돈을 헤프게 쓴다고 나무라자 허리띠를 풀어 이씨의 머리를 때리고 목을 졸랐다.
이어 부엌에 있던 식칼을 들고와 이씨의 목에 들이댔다가 비명소리를 듣고 달려나온 이웃들에 의해 제지당했다.
『차가운 감방에서 얼마나 죄를 뉘우치고 새사람이 되어 나올지 모르겠어요. 제발 술이라도 끊을 수만 있다면….』
자식을 자신의 손으로 구속시킨 어미의 아픈 마음은 어느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씨는 흐느꼈다.
어머니 이씨의 「소원」과 달리 쇠창살에 갇힌 정씨는 뉘우침이 없는 듯 했다.
『술마시고 한 일을 가지고 어머니가 고소까지했다니 참….』
정씨는 오히려 어머니가 원망스럽다는 표정을 보이기까지 했다.
『요즘들어 하찮은 일로 부모를 때리는 패륜이 무척 잦습니다. 「자식 키우기 겁난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어요.』
혀를 차는 담당형사의 푸념이 씁쓰레하게 들렸다.<유광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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