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소방수 불 끄듯 개헌 논의 꺼버리더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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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각 정당과 유력 대선 후보들이 구체적인 개헌 일정과 내용을 제시하고 합의하거나 신뢰할 만한 대국민 공약으로 명시하면, 개헌 발의를 다음 정권과 국회에 넘길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당론.공약에는 차기 대통령의 임기를 1년 가까이 단축한다는 내용이 반드시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단서를 붙였다.

각 당의 경선 시기 등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당론.공약으로 정하는 게 가능하냐는 지적에는 "지난 1월 담화를 통해 개헌안을 내놨다. 3월이면 충분히 논의가 될 줄 알았다"며 "반대론자들과 일부 언론이 소방수 불 끄듯 개헌 논의를 사그라뜨려왔다"고 화살을 돌렸다.

대통령은 어느 정도의 정당과 대선 후보가 중지를 모아야 개헌을 유보하겠느냐는 질문에 "회견문 내용에 거의 구체적인 조건을 밝혔다"며 "지금의 의석 구조에 비추어 2/3를 초과할 수 있는 수준의 정당이 참여하고, 적어도 유력한 후보라고 칭하는 사람들이 참여해 당론으로 정한다면 신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헌 발의를 유보할 수 있는 시점에 대해서는 "3월 중으로 가부간의 결정이 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관계된 정당 등이 반응하는 데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각 당의 대선 후보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개헌 발의 유보의 조건으로 임기 단축 공약을 제안한 것은, 사실상 개헌 발의를 강행하겠다는 의사가 아니냐는 시각에는 "개헌 발의 자체를 가지고 퇴로를 모색할 이유가 없다"며 "나는 개헌이 이뤄지도록 하는 게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내 임기중에 개헌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내 마음대로 될 수 없다면 다음 정권에서라도 가능하다는 보장을 받는 것이 차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어진 질문에 답변하며 다시 "다음 정권에서는 개헌이 불가능하다는 내 생각이 맞지 않느냐"며 "(개헌 발의가 정략적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이)더 이상의 거짓말을 하지 않도록 당론과 공약을 통해 약속을 받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연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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