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블로그] 아큐텍반도체기술 한병근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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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나는 아이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던 내가 어느 순간부터 아이들이 예쁘고, 귀엽고, 한번 안아보고 싶고, 말 걸고 싶고, 이렇게 바뀌었으니 이게 어디 보통 변화인가. 이런 얘기를 친구들에게 하면 그게 모두 할아버지 되려는 변화라 한다.

그렇지만 나는 '할아버지'라고 불리는 건 싫다. 생각해보면 내 나이가 할아버지라 하기도 그렇고 아저씨라고 하기도 어정쩡한 그런 연배인 듯싶기도 하다. 또 가까운 친구들 가운데 이미 손자 손녀를 본 이들이 한둘이 아니니, 할아버지로 불린다 해서 억울해 할 일도 아니다. 그런데도 나는 할아버지라는 호칭으로 불리면 그게 그리 싫다. 하고 있는 일에 관해서든 새로운 일에 대한 의욕이든 어떤 젊은이와 견주어도 못할 게 없다는 나 혼자만의 생각 탓일까, 아직까지 할아버지라는 호칭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내게도 언젠가는 손자가 생길 터, 지금부터라도 할아버지 되는 연습을 해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아이들이 예뻐지는 자연현상에 덧붙여 의식적으로 준비해야 할 마음가짐에는 무엇이 있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늙어서도 바쁘게 일하는 거다. 지금부터 늙어서 할 일을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노인들이 모여서 할 수 있는 작은 일거리 만드는 게 내 꿈이다. 긴 병에 효자 없다고 건강 또한 중요하다. 매일같이 자리에 누워 있거나 병실에서 세월을 보낸다면 좋아할 자손이 있겠는가. 할아버지 체통 지키며 살려면 아파서 여기저기 신세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러자면 꾸준히 열심히 운동해야 한다. 이것도 습관이 들지 않으면 갑자기 할 수 없는 일, 지금부터 찾아서 몸에 익혀야만 한다. 쓸데없는 욕심이나 고집도 버려야 할 것이다. 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게 많으면 마음속 평화를 얻을 수 없는 법, 바로 이 욕심을 버리는 일이 스스로 평화를 유지하는 방법일 게다.

할아버지 준비가 너무 거창하면 그 자체가 욕심이 될 수도 있으니 이 이상은 더 생각하지 말자. 그러나 이 세 가지 가운데 어느 것 한 가지도 그리 녹녹하게 이룰 자신이 없다. 그러니 연습이 필요하다. 이미 늦었는지 모르겠지만 더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시작하자고 다짐해 본다.

◆CEO 블로그 개설 문의 : 02-751-5777

(http://ceoblog.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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