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은 버냉키 '구원투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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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에겐 아직도 '꼬리표'가 붙어 있다. 전임 의장 앨런 그린스펀만 못하다는 꼬리표다. 최근 그린스펀은 버냉키의 전망과 달리 미 경제를 비관적으로 봤다. 시장은 그린스펀의 말에 따라 요동쳤다. 버냉키로선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여기서 질문 하나, 버냉키는 그런 그린스펀이 기분 나쁠까. 경제 전문지 비지니스위크는 12일자에서 '노'라는 대답을 내놨다. 화를 내기는커녕 되레 그린스펀에게 고마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잡지 분석은 이렇다. 버냉키는 지난주 세계 증시 쇼크 발생 전 헤지펀드나 연기금이 중국.베트남 등지로 몰리는 것에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소용이 없었다. 그러던 중 그린스펀이 지난달 26일 "경제 침체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의 말이 기폭제가 돼 세계 증시가 하락했다. 이때 버냉키는 주택경기가 가라앉을까봐 금리마저 못 올리는 난처한 상황이었다. 그런 미묘한 순간 그린스펀이 자산 거품에 대해 대신 경고해 준 것이다. 비즈니스위크는 "1990년대 말 미 증시가 급상승할 때 그린스펀은 '이상과열'을 경고했으나 효과가 없었고 거품이 꺼지면서 '왜 금리를 안 올렸느냐'고 비난받았다"며 "시간이 흘러 버냉키가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그린스펀이 도움을 준 것"이라고 전했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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