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원들의 「일하는」 자세/문창극 워싱턴특파원(취재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미국이 당면한 국내문제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중의 하나가 소득불균형으로 인해 절대빈곤층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현상이다.
최근 미 통계국의 조사결과도 미 가계의 실질소득이 떨어졌으며 절대빈곤층도 전체인구의 13.5%로 83년 이래 처음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미 하원의 공화당의원을 중심으로 이 가난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보고서가 발표됐다.
미 하원 공화당의원 23명으로 구성된 「수요그룹」이라는 친목 및 연구단체가 당의 노선과는 관계없이 가난문제를 해결키 위한 독자적인 보고서를 만들었다.
2년여의 토론과 연구를 거쳐 만든 이 보고서는 공화당집권 이후 80년대 들어 가난문제가 더 악화됐음을 인정하면서 원인분석과 정책대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이들이 제시한 대안가운데 민주당쪽의 처방과 유사한 것이 많은데 이들은 민주당 의원들의 협조를 받아 행정부와는 관계없이 독자적인 입법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미 의원들의 자세가 우리 국회의원들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우리 의원들은 국회가 열리면 『행정부는 이러이러한 일을 시정할 용의는 없는가』고 호통을 치는 것으로 끝난다.
이를 놓고 『입법권을 쥐고 있는 의원이 스스로 법을 만들어 해결하면 될 일을 놓고 왜 행정부에 매달리는지 모르겠다』고 비아냥거리는 소리도 들었다.
우리의 의원입법이 미국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적은 이유도 의원 스스로가 직무를 포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심각한 주택문제,교육문제,빈부의 격차문제를 해결키 위해 의원 스스로 단 한건이라도 입법을 한 예가 없다.
그런점에서 다음 국회의원선거에서는 정치놀음으로 지새는 정객보다 생산성 높은 인물을 뽑아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