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군 친구 증언도 경찰이 묵살/국교생 살해·방화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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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사건당시 현관서 어른신발 봤다”/권군도 “낯선신발” 진술… 외부인 침입 가능성 짙어
서울 마포 국교생 방화·피살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던 동네국교생이 『당시 숨진 미경양 집 현관에 외부인의 것으로 보이는 가죽신발이 놓여있었다』고 진술했으나 경찰이 이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지나쳐버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목격자 증언은 경찰이 범인이라고 발표한 미경양의 오빠 권모군(10·국교4)이 『당시 현관에 낯선 갈색 랜드로바 신발이 놓여있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한 것과 일치되는데다 외부인의 침입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이에 대한 정밀 재수사가 요구되고 있다.
권군과 함께 놀았던 동네친구 노모군(10·국교4)에 따르면 사건 당일인 지난달 30일 오후 4시30분∼45분쯤 권군과 함께 인근 오락실에서 놀다 권군 집에 도착,권군이 집안으로 들어간후 금방나오지 않아 대문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현관에 어른의 가죽신발 한켤레가 놓여있었다는 것이다.
노군은 『권군 집안으로 들어가려다 신발이 놓여있어 권군의 누나(15·여중2)가 있는줄 알고 놀러만 다닌다고 야단맞을 것 같아 현관에서 5m쯤 떨어진 대문밖에서 5분쯤 기다렸으나 권군이 나오지 않아 큰소리로 이름을 세번이나 불러도 대답이 없어 그대로 집에 돌아갔다』고 말했다.
노군은 또 당시 밖에서 기다리는동안 집안에서 권군 남매가 다투는 소리를 듣지못했고 이상한 느낌도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권군은 경찰에서 『누나의 신발이 아닌 낯선 신발 한켤레가 현관에 있었으며 방안에서 친구가 부르는 소리를 들었으나 범인에게 목졸린 상태여서 대답할 수가 없었다』고 진술했었다.
조사 결과 권군 가족중에는 랜드로바 신발을 신은 사람이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이들의 진술에 따라 권군 집을 뒤져 집뒷문쪽 광주리에 담겨있던 낡은 랜드로바 신발을 수거,이들에게 보였으나 목격한 신발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으며 이 신발은 권군 부모가 과거에 신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경찰은 『신발을 보았다는 노군의 진술내용이 명확하지 않아 이 부분을 깊이 수사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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