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급생활자는 '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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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어쩔 수 없이 세금을 내거나 빼앗기는 기분으로 낸다는 봉급생활자가 7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세연구원이 2일 발표한 '납세자 의식과 세정개혁 방향' 보고서에 나온 내용이다. 이번 의식조사는 전국 30세 이상 납세자 1083명을 대상으로 했다. 설문조사에서 '어쩔 수 없이 세금을 낸다'는 답변이 53.6%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빼앗기는 기분이다'는 답변도 14.4%에 달했다. 세금을 '기꺼이 낸다'는 사람은 32%에 불과했다.

특히 소득세를 원천징수당하는 봉급생활자 가운데 '기꺼이 낸다'는 비율은 23.4%로 자영업자(37.5%)보다 낮았다. '어쩔 수 없이 낸다'(59.6%)거나 '빼앗기는 기분'(17.0%)이라는 답변도 76.6%에 달해 자영업자(62.5%)보다 높았다. 봉급쟁이들이 세금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이 큰 것이다.

세금 납부를 꺼리는 이유에 대해 10명 중 8명은 '납부 세금이 제대로 쓰이지 않고 낭비되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불성실 납세자로 인해 부담이 과도하다'는 반응이 10명 중 7.2명꼴이었고, 10명 중 6.6명은 '능력보다 많은 세금을 내기 때문'에 세금 납부를 꺼린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조세연구원은 "불성실 납세자가 성실 납세자에게 세부담을 전가하지 못하도록 세무조사 등의 합법적인 법집행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세무조사가 성실 납세를 유도할 것으로 보는 비율은 낮았다. '세무조사에 대한 두려움'이 성실 납세에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자는 25%에 그쳤다. 미국에서는 이 비율이 62%에 달했다. 미국은 세무조사 기법이 계속 진화하고 있지만 한국의 경우 고의.상습 탈세자에게 온정적으로 대처해 왔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원의 분석이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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