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비디오 영화는 살인 도구(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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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열살 소년이 동생을 살해하고 집에 불을 질러 사건을 은폐까지 하려했던 「동생살인 방화사건」은 우리에게 현대 가족의 위기라는 충격과 아울러 청소년 문제의 심각성을 새삼 제기하는 계기가 된다.
이 사건에서 나타난 두가지 문제점은 특정한 가정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국한된 특례적 사항이 아니라 어떤 가정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개연성을 안고 있다는 점에서 위기인식도는 높아지게 된다.
첫번째 문제점은 그동안 수없이 거론되어 왔던 청소년을 둘러싸고 있는 유해환경,특히 폭력영화의 범람이다. 청소년을 바르고 건전하게 키우려는 환경은 전무한 상태에서 그들을 유혹하고 병들게하는 폭력 비디오는 날이 갈수록 늘어만 간다는 사실이 청소년 범죄의 주범임이 이번 사건으로 확인된 것이다.
사건을 저지른 소년은 사흘이 멀다하고 폭력 영화만을 골라 봤고 동생을 죄의식없이 살해하고 집에 불을 질러 사건을 은폐하는 수법도 며칠전 비디오 가게에서 빌려온 폭력영화에서 본뜬 것이라 한다.
열살 어린이를 살인으로까지 몰아간 주범은 폭력과 괴기를 담고있는 비디오 영화라는 가정이 성립된다. 이런 폭력 비디오 테이프를 국민학생들이 지난 여름 1인당 평균 6편을 보고있고 많게는 87편까지 보는 어린이가 있다는 서울 YMCA 「건전 비디오문화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의 보고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번 사건의 소년만이 충격적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소년들이 앞으로도 유사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결국 폭력 비디오 영화란 단순히 어린이의 정서를 해치는 유해물을 넘어서 끔찍한 살인사건을 충동질하는 살인도구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그것의 추방을 위해서 범국가적·범사회적 운동과 강력한 법적 규제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두번째,결손가정의 어린이를 위해 가정과 학교가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로 동생살인·방화사건은 교훈적 의미를 지녀야 한다. 각박한 생활과 쫓기는 일터에서 자녀를 돌보지 못하는 부모라해도 자녀에게 사랑과 삶의 방식을 깨우쳐주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는 경고로 모든 부모는 이 사건을 봐야 할 것이다.
학교 또한 교과서적인 학습만이 교사의 일이 아니라 사랑과 믿음으로 올바른 길이 어떤 것인가를 깨우쳐주는 것이 교육의 시급한 당면 과제임을 재인식해야 할 것이다. 특히 결손가정의 문제아에 대한 교육적 배려가 학교교육에서 활발해지기를 기대하는 마음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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