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기업경영과 재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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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일본인 사회경제학자가 한국의 대기업경영을 인간관계 중심으로 분석한 매우 독특한 책이다.
저자인 핫토리 다미오(복부민부)는 70년대 말 2년간서울대 경제연구소에서 한국을 연구한 경험이 있는 사회학자로서 경영학을 연구하는 그는 인간관계 네트워크라는 독특한 분석도구를 사용한다.
저자의 기본적 관심 은『약진해온 한국경제의 성장비결은 무엇이고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다.
저자는 한국의 고도성장을 가능케 한 주 요인으로 ▲오너인 창업자가 거느리는 거대한 재벌의 존재 ▲가족·친족의 경영 참여 ▲집중적인 의사 결정 과정 ▲약한 노동조합 ▲높은 이직률 등을 제시한다.
재벌의 가장 큰 특징은 오너의 강한 지배력이다. 오너의 지배는 직·간접의 주식 소유와 경영 참여로 가능하다. 저자는 상장기업에 관한 각종 자료를 통해 주식 소유의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고 소유의 변화과정을 추적해 한극재벌의 오너지배와 부자상속 전통을 설명한다.
또 이러한 특징들을 일본의 기업그룹과 비교, 보다 전근대적인 경영형태라고 설명한다. 이에 따라 의사결정 과정 역시 상의하달방식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이같은 형태가 급속한 발전에 적합했다고 해석한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도 이같은 경영형태로 계속 발전해갈 수 있느냐는 것. 저자는 국내외적 환경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구조적 변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이제 한국의 경제발전 단계가 소 품종 대량생산과 가격경쟁의 단계를 지나 다품종 소량 생산과 품질경쟁의 단계에 들어서고 있기 때문에 경영 역시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나가야한다는 것이다. 이는 곧 재벌해체이후의 일본 경영방식과 유사하게 될 것임을 암시한다. <화평사·387족·6천 5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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