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프서 돌아온 스텐손 '그린의 일등별로 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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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골프에 새로운 별이 떠오른다. 헨리크 스텐손(31.스웨덴)이다.

스텐손은 26일 새벽(한국시간) 애리조나주 투산의 갤러리 골프장에서 벌어진 WGC 액센추어 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서 제프 오길비(호주)를 2홀 차로 꺾고 우승했다.

36홀 매치플레이로 치러진 결승은 선두가 다섯 번이나 바뀔 정도로 접전이었다. 그러나 승부는 마지막 10개 홀에서 갈렸다. 스텐손은 27번 홀까지 2홀을 뒤졌지만 30번 홀까지 4개 홀 중 3개 홀에서 승리해 역전에 성공했다.

32번 홀에서 오길비가 6m짜리 퍼트에 성공하자 엄지손가락을 들어 격려하는 여유도 보여줬다. 그러나 34번 홀(파 3.178야드)에서 핀 60㎝에 떨어지는 8번 아이언샷으로 상대를 코너에 몰아넣고 35번 홀(파5.601야드)에서 여유있게 투온을 시켜 승리를 확정지었다. 닷새간 120홀의 격전을 치른 스텐손은 "행복하기엔 너무 지쳤다"고 말했다.

스텐손은 세계랭킹 5위로 올라섰다. 또 타이거 우즈(32)보다 어린 차세대 선수 중 선두주자로 부상했다. 유럽에서는 빅스타다. 스웨덴에서 '축구는 헨리크 라르손, 골프는 헨리크 스텐손'이라는 말이 나온다.

1m87㎝에 귀공자 같은 외모의 스텐손은 거친 러프에서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티잉그라운드에만 오르면 공이 어디로 갈지 두려워 스윙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드라이버 입스 현상으로 2002년 큰 고생을 했다. 유러피언투어에서 페어웨이 적중률이 158위, 그린 적중률이 170위였다. "공을 너무 많이 잃어버려 캐디가 잠정구로 쓸 공이 남아 있는지 벌벌 떠는 모습을 볼 때는 나도 한심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당시 상금으로 투어 경비의 절반도 벌지 못했지만 포기하겠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하지 않았다"며 당찬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스텐손은 지금은 300야드 거리에서 3번 우드로 거뜬히 그린을 공략하는 빅히터이며, 그린 주변에서 누구보다 부드러운 샷을 구사하는 감각을 보여주고 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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