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소규모 조직으로 진화 알카에다 한국 들어올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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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테러가 날로 '진화'하는 데다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어요."

26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난 프랑스의 '대(對) 테러 사령탑'인 장루이 브뤼기예르(64.사진) 수석판사(검찰총장급)는 테러 조직을 바이러스에 비유했다. 과거에는 빈라덴 같은 핵심 지도부가 테러를 기획하고 통제했지만 이제는 하부의 소규모 조직이 테러를 기획하고 감행한다는 얘기다. 그는 알카에다도 그렇게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도 결코 '테러 안전국'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알카에다가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한국에 침투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브뤼기예르 판사는 한.프랑스 테러 대응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즘 테러의 특징은.

"세계화다. 프랑스에 있는 테러 조직이 동남아.북미.호주 등에 있는 조직과 접촉한다. 국경이 없어졌다. 특히 인터넷이 이러한 작업을 아주 수월하게 만들었다."

-테러를 막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

"테러가 글로벌화하면서 대응도 지구촌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한두 국가가 나선다고 막아낼 수가 없다. 한국에서 얻어낸 조그만 정보가 나한테도 아주 유용할 수 있다. 프랑스도 이러한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현재의 테러 위험 정도는.

"상황이 아주 좋지 않다. 중동 정세가 불안하고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도 그렇다. 이들 나라에는 테러 조직들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언제든지 움직일 수 있다."

-한국에 테러리스트들이 잠입할 가능성이 있나.

"물론이다. 테러 조직이 한국을 경유지로 활용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지금 한국에는 파키스탄 사람이 많이 들어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파키스탄은 테러리스트가 많은 아주 불안정한 나라다. 한국에 들어오는 파키스탄 사람들 속에 테러리스트들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

-최근 테러 조직들이 핵무기를 입수하려 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건 아니다. 테러 조직이 화학무기를 제조하려 한다는 정보는 있다. 우리는 이 문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오랫동안 테러 수사를 전담해 왔는데 협박받은 적은 없었나.

"잠재적인 위협은 항상 존재하지만 구체적인 협박은 없었다. 나는 현재 프랑스에서 네 명의 경호원으로부터 24시간 보호를 받고 있다."

-경력을 설명해 달라.

"1972년 국립 사법관학교를 졸업하고 73년부터 파리지방법원에서 수사판사로 일했다. 수사판사는 프랑스에서 중범죄 수사를 전담하는 판사다. 83년 이래 지금까지 25년째 테러 수사를 해왔다. 94년 '자칼'이라고 불리던 세기의 테러범 '카를로스'를 기소했으며, 2001년에는 빈라덴과 알카에다 연계 테러 조직을, 2004년에는 스페인 마드리드 열차 테러 사건을 수사했다. 지금은 6명의 테러 전담 수사판사와 함께 일하고 있다."

박경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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