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에 빠진 한나라 경선준비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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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이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6월 경선'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26일 밝혔다. 하지만 한나라당 경선으로 가는 길이 여전히 순탄치 않다. 1, 2위 주자가 일단 '시기 공감'은 했다지만 다른 걸림돌들이 다 제거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명박, '경선 방식' 양보할까=박 전 대표의 발언은 "시기는 내가 6월로 양보할 테니 방식은 이 전 시장이 양보해 현행대로 하자"는 뜻이라는 게 당 안팎의 분석이다. 시기와 방식을 놓고 '빅딜'을 하자는 제안이라는 것이다.

그간 이 전 시장 측은 경선 방식을 바꾸자고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현행 방식은 4만여 명(당원.대의원 50%+국민경선인단.여론조사 50%)이 참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전 시장 측은 "유권자의 1%(37만여 명)는 경선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경선 참여자를 4만 명에서 37만 명으로 확대하면 일반 여론조사에서 우세한 자신들이 유리할 것이란 계산이다. 시기는 지지율이 최고조인 현재로부터 멀지 않은 6월을 선호해 왔다.

이제 박 전 대표 측이 6월 경선을 받아들이면서 '공'을 이 전 시장에게 넘긴 셈이다. 방식 변경을 포기하라는 요구다. 그러나 현재까지 경선 방식과 관련해 이 전 시장 측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다만 내부에서 의견은 분분하다. 한 캠프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방식을 현행대로 가자고 주장하면 받아들일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6월 경선으로 돌아선 것은 우리와 상관없다"고 했다. 이렇게 될 경우 이 전 시장 측은 양손의 떡을 모두 놓지 않겠다는 모양으로 비칠 수 있다.

◆난감한 경선 준비위=박 전 대표 측의 이 같은 입장 변화는 한나라당 '2007 국민승리위'를 혼란에 빠뜨렸다. 승리위는 경선 방식과 시기를 결정하는 경선준비기구다. 이날 열린 승리위 회의에서 박 전 대표 측의 대리인인 김재원 의원은 "(경선 시기와 방식 모두) 원칙대로 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당장 다른 주자들은 반발했다. 경선 시기와 방식 모두를 바꿔야 승산이 있다고 판단해 온 손학규 전 경기지사 측과 원희룡 의원 측이 특히 그렇다. 한 회의 참석자는 "박 전 대표 측이 그간 승리위에서 진행된 모든 논의를 원점으로 돌려놨다"고 비판했다. 승리위는 전원합의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대리인 한 명의 반발도 위원회 전체를 표류시킬 수 있다. 이에 따라 이사철 대변인은 "김수한 위원장이 대리인들에게 '캠프로 돌아가 의견차를 좁혀 오라'고 촉구했다"고 전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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