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직업병 인정받으려 법적투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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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LP가스 중독증세로 쓰러져 직장까지 읾은 전직 택시운전사의 부인이 남편을 대신해 직업병 인정을 요구하며 3년 가까이 회사와 노동부를 상대로 벌이고있는 눈물겨운 투쟁과정을 한 권의 수기로 펴냈다.
부산시 사하구 괴정 3동 대원택시(대표 이임선·시)소속 운전사로 근무하다 89년11월16일 쓰러져 지금까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강균대씨(50·사하구 괴정4동 568의17)의 부인 권정시씨(43)가 남편이 LP가스에 중독 돼 쓰러지기까지의 경위와 그 동안의 법적 투쟁과정, 이로 인한 생활고등을 담은 『나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기에』라는 제목의 수기집을 새암출판사(대표 권혁진·30)에서 펴낸 것.
남편 강씨와 동료 박정문씨(33·서구 서대신동89의1) 는 노후 택시를 몰면서 차안으로 스며든 LP가스에 중독 돼 전신무력증·만성두통·구토 등의 증세에 시달리다 잇따라 운행도중 쓰러져 직장에서 쫓겨났다. 권씨는 『LP가소 중독가능성이 있다』는 의사의 소견서를 근거로 회사와 노동부를 상대로 직업병인정을 요구했으나『LP가스중독을 인정한 선례가 없다』는 이유로 번번이 거부당한 과정과 당국의 늑장조사 및 회사측의 고의적인 문제차량 폐차처분 등 직업병에 관한 제도적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비판하고 있다.
권씨는 남편이 쓰러진 후 생계를 위해 지난해11월부터 거리에서 택시운전사들을 상대로 「민주양말」이란 이름으로 양말을 판매해 「민주양말아줌마」로 불리고 있다.
권씨는 『LP가스 중독증세를 직업병으로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하는 것이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이어서 그 동안 엄청난 어려움과 고통을 당했기 때문에 하나의 선례를 남기기 위해 책을 펴내기로 결심했다』 고 수기발간동기를 밝히고 『책 판매로 생기는 수익금은 전액 직업병으로 고생하는 근로자나 불우이웃 돕기에 사용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부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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