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세로 교통난 풀수없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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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내무부는 내년부터 서울·부산·인천 등 도시교통난이 극심한 지역에서는 지역실정에 따라 현행 자동차세를 최고 50%까지 차등 인상할 수 있는 지방세제 개정안을 마련했다.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것일 뿐 인상여부나 인상시기 등은 결정되지 않았으나 이것이 조만간 세금인상으로 나타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세금이 많아지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국민이 납득할만한 근거가 있다면야 무조건 반대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내무부가 이번에 개정안을 내려는 이유는 쉽게 수긍하기가 어렵다.
내무부가 개정안을 내는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것은 해당지역의 행정 및 재정수요를 충족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세금을 중과함으로써 교통난을 억제하고 도로확충 등에 필요한 지방재정을 확충하겠다는 것인데 과연 그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며 타당한 것인가가 의문인 것이다.
가령 세금을 최고한도인 50%까지 인상한다고 해서 교통난이 억제될 수 있을 것인가,또 지방재정에는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되겠는가. 결과적으로는 주민의 세부담만 높일 뿐 문제의 해결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게 우리의 생각이다.
그럼에도 내무부가 걸핏하면 자동차세를 올리려 하는 것은 자동차를 사치성 소비재라고 인식하고 있는 때문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는 바꾸어져야 할 인식이다. 싫든 좋든 자동차는 이미 대중교통수단이 되어버렸다. 현재 승용차 소유비율은 4가구에 1대 꼴이나 되어 있는 것이다.
교통난 해소는 하나의 명분일 뿐 실은 지방재정을 확충하기 위한 대책의 하나인 것이 사실에 더 가까운 것일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지자제실시이후 지방재정의 확충은 해결해야할 과제이긴 하나 기본적으로 이 문제는 현행 지방세제의 부분적인 손질로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국세와 지방세의 재조정 등 근본적인 대책이 앞서야할 사항인 것이다.
교통문제에 국한해서 보더라도 그것이 세금 몇푼 올렸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닌 이상 종합적인 교통대책을 일관성있게 추진해서 그 해결책을 모색해야지 손쉬운대로 세금이나 올리려 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것은 조세편의주의적 발상이란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며 다른 세금과의 형평에도 크게 어긋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세금의 지역적 차등도 그 나름대로의 문제를 지니고 있다. 만약 지역에 따라 세금이 다르다면 차적만을 세금이 싼 지역으로 옮기는 부작용이 벌어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런 부분적이고 땜질식의 자동차관련 세제의 개정보다는 이 기회에 전체 관련 세제를 단순화하고 합리화하는 조정이 더 시급하다고 본다.
자동차 1대 구입하는데 10여가지의 부대비용이 들고 그것이 제각각 때없이 올라 그때마다 국민들의 불만을 사는 일은 이젠 없어져야 한다. 승용차에 대한 새로운 개념정립,복잡다기한 세금체계의 재조정을 통해 합리적인 종합개선안을 마련한 다음 국민의 납득을 구해야 한다. 승용차를 가진 사람이 봉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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