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순간이 공포의 연속”/지하 26시간 구출인부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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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빵·음료수 공급돼 배고픔 해결/공기 나빠 호흡 곤란으로 고생
과천선 지하철공사중 터널에 갇혔다가 26시간만에 구출된 김홍근씨(33)는 『순간순간이 공포의 연속이었다』고 말했다.
­사고당시 상황은.
▲오전 근무를 마치고 터널밖으로 나와 오후 1시10분까지 점심을 먹은뒤 다시 터널로 들어가 4백m쯤 걸어갔을때 뒤쪽에서 갑자기 「꽝」하는 굉음이 30여초동안 계속됐다.
소리를 들은 직후 달려가 보니 터널천장이 붕괴되면서 토사가 쏟아져 내려 입구가 완전히 막혀 있었다.
­외부와의 연락은.
▲사고직후에는 터널측면에 설치돼있는 공기파이프가 손상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곳을 통해 외부와 연락했다.
28일 오전부터는 외부에서 터널천장에 구멍을 뚫어 그곳을 통해 연락을 주고 받았다.
­터널안에서의 생활은.
▲다행히 전선이 끊기지않아 터널안에 불이 켜져있었으며 터널천장으로부터 간헐적으로 지하수가 흘러내려 바닥이 흥건했다.
우리 4명은 종이상자를 찢어 바닥에 깔고 한곳에 모여 구조를 기다렸다.
­불편했던 점은.
▲외부로부터 빵과 음료수·구급약 등이 계속 들어와 생활에는 큰 지장이 없었다. 화투도 들어왔으나 칠 기분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공기가 혼탁해 시간이 지날수록 호흡곤란이 일어나 정신이 몽롱해지고 있었다.
­갇혀있을 당시 심정은.
▲처음에는 구조가 될 것을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에 큰 동요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구조가 계속 지연되면서 초조감이 밀려왔고 한순간 한순간이 공포의 연속이었다.
­구조당시 상황은.
▲외부로부터 굴삭기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려 오더니 터널 천장이 뚫리면서 빛이 들어왔다.
­지금 건강상태는.
▲아픈곳은 없으나 긴장이 풀리지 않아 정신이 혼미하다.
­공사장에서 하는 일은.
▲발파작업을 하거나 터널을 지탱하는 철제빔을 세우는 일을 했다. 이곳에서는 27일부터 일을 하기 시작했으니 만하루만에 사고를 당한 것이다.<이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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