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규칙 안 바꾸면 참여하지 않을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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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정문헌 의원은 23일 당 경선준비위원회 회의에서 "현재의 경선 규칙에 변화가 없다면 우리는 경선에 참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 측 대리인이다. 정 의원은 "경선 방식과 시기는 대선 예비 주자들이 결과에 승복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당에선 파장이 컸다. 듣기에 따라선 당의 대선 후보 경선전에 나서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발언은 전날 경준위가 "경선의 시기.방법에 관계없이 3월 말 또는 4월 초에 예비후보 등록을 받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한 뒤 나왔다.

현행 경선 규칙대로라면 손 전 지사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나 박근혜 전 대표에 비해 어려운 경선을 치러야 한다. 현행 규칙은 2(대의원):3(당원):3(일반 국민):2(여론조사) 비율로 6월 중 대선 후보를 선출한다. 그는 당내 지지율에서 두 주자에게 밀린다. 하지만 국민 참여 비율을 늘리면 상대적으론 조금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가 한나라당 당세가 약한 호남 지역에서, 한나라당 텃밭인 영남 지역에서 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경준위 회의 때마다 당원.대의원 비율을 줄이고, 일반 국민 참여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면서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 도입을 주장했다. 하지만 정 의원은 최근 "경선 시기를 늦추고, 일반 국민의 경선 참여 비율을 높이면 완전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을 양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경선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는 그의 발언은 이런 말을 하면서 나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강한 발언은 경선 방식과 시기를 손질해야 한다는 손 전 지사 측의 강경한 입장을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손 전 지사, "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여"=하지만 일각에선 다른 해석도 있다. 여론 지지율에서 밀리는 손 전 지사 측이 실제로 탈당을 감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경준위 회의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그냥 지나가는 빈말로 한 것은 아닌 것 같더라"고 전했다.

물론 손 전 지사 측에선 펄쩍 뛰고 있다. 손 전 지사의 비서실장인 박종희 전 의원은 "현행 경선 규칙은 대선 승리를 담보할 수 없다"며 "동의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그는 "경선 규칙이 정해지면 손 전 지사가 당을 나가거나 화합을 해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전 지사 본인은 '예비 후보 조기 등록제'를 놓고 "당에서 일방적으로 두 주자에게 유리한 규칙을 밀어붙이려 한다"며 강한 불쾌감을 보였다고 한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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