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책읽기] 온몸으로 부딪쳐 깨닫는 사랑·용기·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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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가방 속에서

벗어나기

박성희 지음, 뿔

212쪽, 1만원

이 강아지, 이름 한번 거창하다. '레오 아인슈타인'이다. 밀림의 왕자 '레오'에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까지 끌어들였다. 용맹과 총기의 랑데부? 맹수도 두려워하지 않는 사냥개 이미지다.

하지만 이름에 현혹되지 마시라. 조금만 건드려도 무너질 것 같은 몰티즈 강아지다. 지중해 몰타가 고향인 순백색의 그 아담한 품종 말이다. 다만 '얼짱'을 자처할 만큼, 콱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예쁜 건 사실!

출생도 미천하다. 동물병원에서 외톨이로 지내다가 한 가정에 입양됐다. 드디어 가족이 생겼다. 먹을 것도 제대로 없었던 레오, 물 만난 고기처럼 생기가 돈다. 사람의 눈길을 잡으려고, 멋진 강아지가 되려고, 손이 발이 되도록 애쓴다. 레오가 자신의 '성장통'을 글로 남겼다. (레오의 '할머니'이자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으로 있는 저자가 '대필'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사랑.용기.친구.도전의 가치를 깨달아가는 과정을 40여 개의 에피소드 속에 녹여냈다. 갓난아이→어린이→청년→어른으로 커가는 레오의 크고 작은 모험담은 우리네 인생살이와 다를 바가 없다.

"사랑이란 받는 것도 좋지만 다른 이에게 줄 때 더욱 행복한 거잖아요." "마음의 평화가 행동을 바르게 이끌고, 자세를 반듯하게 이끌어주는 건가 봐요." "용기란 두렵지 않은 게 아니고 두려워도 실행하는 것이라지요."

귀에 익숙한 문구다. 그래도 산 경험에서 터득한 진리라 진부하게 들리지 않는다. 이런저런 우화를 빗대 출세길을 제시하는 여느 처세서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감동적이다. 게다가 귀엽기까지 하니….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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