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성호황(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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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일본의 「평성호황」이 전후 최장의 호경기 기록을 수립했다. 평성경기는 이달말로 58개월동안이나 호황의 경기확대를 지속해왔다. 지난달로 동경올림픽 이듬해부터 57개월동안 지속된 「이자나기 경기」(65년 11월∼70년 7월)와 타이기록을 이루던 평성경기가 마침내 그 기록을 깼다. 평성경기는 최소한 금년말까지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자나기 경기는 일본 경제부흥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늘 제2,제3의 「이자나기」를 갈망해왔다. 이자나기란 일본을 처음 다스렸다는 신화속의 신이름이다. 그 이름부터가 기적과 신비의 냄새를 풍기는 「이자나기 경기」를 뛰어넘는 평성호황.
「헤이세이」(평성)는 89년 1월 아키히토(명인) 일왕이 즉위하면서부터 새롭게 사용한 연호. 일본은 86년 12월부터 지속되고 있는 호경기에 평성연호를 붙여놓고 즐거운 비명이 한창이다. 금년 무역흑자가 8백90억달러에 달하고 내년에는 1천억달러를 넘는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자나기 경기는 대미수출의 급속한 증가에 따른 수출경기였다. 그러나 평성경기는 내수증가에 기반을 두고 있어 일본경제의 질과 내용이 크게 발전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탄탄한 내수기반은 급기야 분분했던 「거품경제」의 논란을 일축해 버렸다.
한동안 떠들썩했던 일본인들의 골동품 수입은 금년들어 75%나 감소했다고 한다. 언제 그랬느냐는듯 일본 투자자들이 돈줄을 죄어버리는 바람에 세계 미술품시장이 거품경기에 빠져들고 말았다. 또 붐을 이루던 고급 외제승용차 수입도 올들어 10%이상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수입머신」의 가동이 둔화되고 「수출머신」이 재가동함으로써 무역흑자의 호황과 평성경기의 신기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부는 해외 순자산에서 3천3백억달러로 세계 1위,가구당 평균 저축액도 1천1백만엔으로 세계 1위다.
우리현실은 어떤가. 골동품과 조각·그림 등의 수입이 작년대비 70배까지 급증했고 내년에도 경상수자적자가 1백억달러에 이르리라는 어두운 전망들뿐이다. 우리에게는 88올림픽경기라도 되살릴 길이 정녕 없단 말인가.<이은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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