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어린이 생명 구할 야생 약용식물 연구에 헌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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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서방 세계의 안락한 삶과 부를 뿌리치고 가난한 아프리카의 고국으로 돌아가 약용 식물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40대 교수가 여성 과학자에게 주는 최고의 상인 '로레알-유네스코 세계 여성과학자상'을 받았다.

아프리카 동쪽의 작은 섬나라 모리셔스 출신의 아미나 구립파킴(48.사진)이 그 주인공. 20여년전 그는 영국 남서부 엑세터대학에서 유기화학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영국의 석유화학업체와 대학에서 좋은 자리를 제시했지만 이를 뿌리치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기아와 질병에 허덕이고 있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값싸고 좋은 약을 만들어주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모리셔스대학에 자리를 잡은 그녀는 1990년부터 지금까지 모리셔스와 인근 로드리게스 섬에서 자라는 약용 식물을 연구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그 성과로 최근 634개의 약용식물 일람표를 만들어 발표했다. 그의 연구 결과는 아프리카 풍토병 및 난치병 치료제 개발을 위한 소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구립파킴 교수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려는 나의 작은 노력이 이렇게 큰 상으로 평가받게 돼 기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한 두 개의 약용 식물만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제대로 알려줘도 수많은 목숨을 건질 수 있을 것"이라며 약용식물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로레알-유네스코 세계 여성과학자상은 98년 프랑스의 세계적인 화장품 회사 로레알과 국제기구인 유네스코가 공동으로 제정했다. '여성과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릴 만큼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매년 아프리카.아시아.유럽.남미.북미 대륙에서 각 1명씩 총 5명이 상을 받는다. 2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시상식에서는 구립파킴 교수와 함께 마거릿 브림블(뉴질랜드).타티아나 버쉬타인(러시아).리지아 가르갈로(칠레).밀드레드 드레셀하우스(미국) 박사가 상을 받았다. 한국에서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유명희 박사가 단백질 관련 연구로 제1회 수상자로 선정됐다.

파리=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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