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국주의로 돌아가는가(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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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평화롭고 새로운 국제질서를 모색하고 있는 요즈음 군사력을 줄이고 해외주둔군을 불러들이는 나라들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그 반대움직임을 보이는 나라가 있다.
미소등 국제적 긴장의 주역이었던 군사강국들이 군비축소를 서두르는 가운데 그 주변에서 경제적 번영을 구가했던 일본이 해외파병의 합법화를 추진하며 군사적으로 기지개를 켜고 있음은 우리에겐 여간 착잡한 일이 아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곳 저곳 눈치를 살펴가며 신중하게 논의되는 것처럼 보이던 자위대의 해외파견이 이제는 공공연하고도 당당한 일본정부의 정책으로 굳어지고 있다. 무장된 자위대의 파병을 처음으로 명문화한 법안이 일본 각의에서 통과돼 19일 국회에 넘겨진 것이다.
이 법안이 마련되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눈깜짝할 사이에 일본의 얼굴이 바뀌고 있음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소위 평화헌법의 보호막 속에서 모든 잠재력을 키워온 일본이 이따금 보여 오던 옛날의 얼굴을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더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 같은 우려를 지울 수가 없다.
소위 유엔의 평화유지활동에 협력한다는 명분의 이 법안은 지난해 걸프전때 대두됐다가 내외의 반발로 폐기됐었다. 그랬던 것이 이번에는 자위대의 해외활동에 대해 더욱 강화된 내용으로 국회에 제출된 것이다.
지난해 일본정부는 이 문제를 거론하며 『목적과 임무에 무력행사가 포함되는 것이라면 평화유지군에의 자위대 파병은 헌법상 허용될 수 없다』는 공식입장을 밝혔었다. 그러나 이번의 법안은 방어수단으로 무기사용도 허용한다고 규정,그런 해석이 언제 있었느냐는 투다.
지난해만 해도 현역자위대냐,군복을 벗은 은퇴한 자위대냐가 논란거리였지만 이제는 그런 것은 문제도 삼지 않는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이러한 논리가 하루가 다르게 일본의 군사대국화의 길을 재촉하고 있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이처럼 일본의 논리가 야금야금 계속 변신을 거듭하다 보면 일본 군국주의가 또다시 주변국가를 위협할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다.
그러한 걱정은 최근 일본문부성의 군국화를 미화하려는 듯한 교육지침에서 볼 수 있다. 국민학교 교육에 일본·러시아전쟁때의 주역이었던 도고 헤이하치로(동향평팔랑)를 포함시키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어느 신문조차 이를 두고 『2차대전전의 교과서를 방불케 한다』고 까지 비판하고 있다. 자기네 나라에서 조차 그런 경계를 할 정도라면 과거 일본의 침략을 받았던 나라들의 우려는 어느 정도일까. 이런 추세대로 가다가는 과거보다 더욱 강력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지닌 일본에 희생되는 것은 아닐까.
일본은 주변국가들의 이러한 물음이 없도록 자위대의 활동에 자제해야 한다고 우리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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