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재산세 공동이용 주민 동의 받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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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내년부터 서울의 각 자치구가 거둔 재산세의 일부를 떼어 공동 재원을 마련한 뒤 공평하게 배분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한다. 예컨대 강남구처럼 집값이 높은 지역에서 많이 거둔 재산세를 세수가 부족한 강북구 등에 나눠줘 세수 불균형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강남구가 거둬들인 재산세는 1805억원인 데 비해 강북구는 136억원에 그쳐, 세수 차이가 13.3배에 달했다. 같은 서울시 안에서도 구별로 부익부(富益富) 빈익빈(貧益貧)의 양극화 현상이 극심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세수의 차이는 곧바로 자치구의 재정능력 차이로 이어져 결국은 생활환경의 격차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서울시의 재산세 공동 이용 방안은 기초단체 간 재정 불균형을 해소하고, 생활권이 같은 광역자치지역 내의 생활환경을 고루 개선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바람직한 시도로 보인다. 서울의 25개 자치구들은 최근 모임을 열고 재산세의 공동 이용 방식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찬성했다고 한다. 이와는 별도로 행정자치부와 여당은 지방세 가운데 구세(區稅)인 재산세와 시세(市稅)인 담배세.자동차세.주행세 등을 맞바꾸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지방세를 자의적으로 배분하는 것이 지방자치의 기본원리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기초단체에서 거둔 재원을 광역단체가 다시 모아 배분하는 것은 기초단체의 존재 필요성을 희석하고, 자치단체 간 권한과 책임의 경계를 모호하게 할 위험이 있다. 또 주민들의 동의나 의견수렴 과정이 빠진 재산세 배분에 대한 합의는 자칫 주민들의 반발을 부를 수도 있다.

우리는 서울 자치구들이 일단 재산세 세수의 공동이용 방안에 합의했다면 자치구 간의 분란이나 지역주민 간 갈등을 사전에 피할 수 있도록 이른 시일 내에 주민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밟을 것을 권한다. 또 차제에 현행 자치단체 규모와 자치단체 간 관계를 현실에 맞게 근본적으로 다시 검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