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수 후지쓰 대표 "기술력·노동력 중·일보다 불리 한국, 인식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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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쓰의 안경수(사진) 아태지역 총대표는 "이제 한국 기업인들이 일본을 '적'이 아닌 '파트너'로 봐야 한다"고 운을 뗐다. 한국의 다우기술 대표 등을 역임하고 일본 후지쓰 본사로 건너와 임원(상무)에 오른 안 총대표는 한국과 일본의 경영을 두루 꿰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그는 "한.중.일 관계에서 한국은 중국과 일본보다 불리하다는 것을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천기술과 부품 분야에서는 일본에 떨어지고, 시장 규모나 인적 자원 면에선 중국에 뒤진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일본과 중국 양쪽에서 적대시 당하는 것이 더 큰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 기업들은 과거 일본과 전면전에서 몇 차례 승리했지만 앞으로도 가능할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우선 일본 기업이 한국 기업들과 전면전을 펼칠 진용을 갖췄다는 것이다. 과거 일본 기업은 마쓰시타(松下)의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내건 사업부제를 경영의 중추로 삼았다. 각자 자신의 부문에서 최선의 실적을 내는 책임제였다. 그러나 1980~90년대 모든 계열사를 동원해 전면전을 펼치는 한국 기업에 밀려 시장을 빼앗겼다는 자성론이 일면서 전략과 체제를 바꿨다는 것이다. '일본 대기업 내 한 사업부' 대 '삼성그룹 전체'의 싸움에서 사업부는 이길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기업이 사는 길은 전면전보다 ▶일본과 중국을 어떻게 활용하고, 협력할 것인지를 생각하고▶원천기술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며 더 고도화된 기술을 개발하고▶부품산업을 첨단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별취재팀 = 양선희(팀장).이현상.권혁주.김창우(이상 경제부문) 기자 도쿄=김현기 특파원<(biznew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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