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만원을 제자들에…/장학금 남긴 고 김보환교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푼푼이 모은 돈 광진중에 전달
33년간 교단에 몸담아온 57세의 처녀선생님이 세상을 하직하면서 박봉을 쪼개 평생 모은 2천만원을 제자들의 장학금으로 남겼다.
11일 오후 서울 광진중에서는 지난달 28일 암으로 숨진 이 학교 김보환 교사(57·여·국어)의 유언에 따라 장학금 2천만원이 김교사의 언니 김길환씨(60)에 의해 김성환 교장에게 전달됐다.
김교사는 홀어머니 박민현씨(85)를 모시고 평생을 미혼으로 지내면서 최소한의 생활비만을 지출하고 모은 이 돈을 사랑하는 제자들을 위해 쓰도록 유언,유족들이 김교사가 마지막으로 봉직한 광진중에 기탁한 것이다.
광진중측은 김교사의 뜻을 받들어 「김보환 장학회」를 설립,생활은 어렵지만 열심히 공부하는 모범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김교사는 지난 5월 병원에서 진단을 받기 위해 사흘간 병가를 내면서 사흘치 수업내용을 미리 만들어 학교에 제출했으며 매달 고아원에 성금을 보내는등 책임감이 남달리 강했고 조용히 선행과 봉사를 계속해 왔다는 것.
1934년 만주에서 태어난 김교사는 의사인 아버지를 어릴때 여의고 홀어머니와 함께 살아왔으며 고학으로 54년 수도여자사범대학에 입학,58년 무학여중을 시작으로 성동여중·용산중·수유여중·숭인여중·휘경중 등을 거쳐 89년부터 광진중에서 1학년 국어를 담당해왔다.<박종권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