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정에 와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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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1
그래 흐르고 있느냐
임률은 오늘토록 마르지 않고
도도히 물살을 일으키고 있느냐
기다리는 갈매기는 오지 않는다
철조망 너머 갇힌 하늘에도
새들의 길은 트여 있으나
홍안백발과 더불어 짝할
그렇지 한쪽은 읆조리고
다른 한쪽은 받아서 적는
갈매기는 오늘 보이지 않는다
2
송도로 가는 뱃길을 꿈꾸며
거룻배 서넛 강기슭에 누워있다
반구정에 오르면
강건너 민통선 마을이
눈에 시리게 들어오고
멀리 악송산 머리위에서
피어난 구름의 떼가
바람에 찢겨 떠다니고 있다
동상으로 서있는 방촌할아버지
눈 부릅 뜬 얼굴에
후두득 가을 비가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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