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찬 전 비서 가세 … '이명박 검증 논란'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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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국회의원이었을 때 비서를 지낸 김유찬씨가 16일 이 전 시장의 1996년 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한 새로운 내용을 주장하면서 한나라당 내 '이명박 검증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당초 정인봉 전 의원이 15일 당에 제출한 자료가 이 전 시장의 96년 선거법 위반 사건을 다룬 기사스크랩.판결문 수준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질 때만 해도 이번 검증 논란은 해프닝으로 끝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선거법 위반 사건의 핵심 관련자인 김씨가 바로 다음 날 정 전 의원을 만난 뒤 기자회견을 열어 이를 공개한 것이다. 정 전 의원은 이날 국회에 찾아와 김씨의 휴대전화 번호가 적힌 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했으며 자신이 김씨와 만났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결국 정 전 의원이 이 전 시장의 선거법 위반 문제를 거론한 것은 김씨의 기자회견을 이끌어내기 위한 예정된 수순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여기다 그동안 언급을 삼가던 박근혜 전 대표마저 논란의 한복판에 뛰어들어 이 전 시장을 겨냥하고 나섰다. 박 전 대표는 15일 저녁(현지시간)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정인봉 전 의원이 당에 제출한 이 전 시장의 선거법 위반 사건 자료에 대해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에 대한 도덕적 기준으로 그게 하찮은 것인지, 중요한 것인지는 (당이 아니라) 국민이 판단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특히 "국민에겐 그 자료가 대통령 후보의 도덕성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동철 공보특보도 "요즘 음주운전 전력만 있어도 공직 진출이 힘든데 이 전 시장처럼 피의자를 돈을 주고 해외에 빼돌린 행위를 한 사람이 과연 대통령 자격이 있다고 할 수 있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사태가 이쯤되면서 이 전 시장 측과 박 전 대표 측의 충돌은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 전 시장 측은 "김씨의 폭로가 완전히 허위이며 날조"라고 반박하고 있다.

특히 캠프에선 이번 기자회견의 배후에 박 전 대표 측이 개입했는지를 의심하고 있다. 한 캠프 관계자는 "이번 김씨의 폭로는 여러 정황상 특정 정치세력이 이 전 시장 음해를 위해 정교한 정치공작을 벌인 결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진수희 의원은 "선거법 문제는 이 전 시장이 이미 법적.정치적 책임을 졌으며 평생의 최대 실수라고 말한 바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국민의 심판을 받지 않았느냐"며 "지금 이 문제가 불거진 배경이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 측이 조만간 모종의 반격 카드를 내놓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서울=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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