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보다 「국가회의」가 실세/소련 「과도정부」이모저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신연방조약 제정등 국내외의 주요정책 결정/고르바초프의 정치적 위상은 크게 줄어들듯
소련이 연방해체의 고비를 넘기고 신연방조약과 신헌법마련까지의 과도정부를 출범시켰다.
인민대의원대회는 5일 「과도기의 국가권력기관에 관한 법」을 정식 승인한 것이다.
역사상 한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극히 변칙적인 국가체제를 찾아 항해를 시작한 소련 「과도정부」의 이모저모를 문답을 통해 알아본다.
◇과도체제의 핵심권력기관은.
­과도기의 국가기관 구성법안으로 마련된 국가회의가 될 것이다.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헌법에 명기된 15개 구성공화국의 지도자들로 구성되는 국가회의는 대내외 중요정책을 결정하며 국방·치안·외교 등을 직접 관장한다.
국가보안위원회(KGB)·외무부·국방부·내무부 등을 국가회의가 직접 지휘통솔하게 된다.
연방대통령 유고시 대통령을 새로 선출할 수도 이있으며 신연방조약 성안작업을 사실상 지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15개 구성공화국중 어느 공화국 지도자들이 참여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운영방식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관측통들은 철저한 합의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국가회의는 러시아·우크라이나·카자흐 등 핵심 3공화국 지도자들이 좌우하게 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정치적 위상은.
­쿠데타 이전보다는 실권이 많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그러나 쿠데타 이후 최근의 「무정부상태」보다는 나아질 것이다.
국가회의가 사실상 모든 실권을 갖게 돼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다수중의 하나」 또는 실권없는 상징적 지위로 명예로운 퇴진을 보장받는 정도가 되지 않을까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만능의 요술방망이였던 대통령령을 발동하려 해도 국가회의의 심의승인이 필요한 형편이다.
새로 마련된 신연방조약 또는 헌법이 연방대통령 직접선거 실시를 규정해 고양이를 다시 호랑이로 키우려할 것으로 보지 않는 것이 전문가들의 거의 일치된 견해다.
­신연방조약 또는 헌법은 언제까지 만들어질 것인가.
◇아나톨리 소브차크 레닌그라드 시장은 이달안으로 마련될 것이며 이에 따른 연방기구의 재편·선거 등의 정치일정이 92년 봄까지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서방 전문가들은 공화국간의 이해조정이 쉽지 않아 빨라도 6개월은 걸려야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기존의 내각은 어떻게 되나.
­KGB·외무·내무 등 일반행정은 기존의 각료가 국가회의의 통제를 받으며 과거 보다는 훨씬 권위가 떨어진 집행자로서 계속 담당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경제분야는 새로 설치될 공화국간 경제위원회가 관장하게 될 것이다.
이 위원회는 실라예프 러시아공화국 총리를 위원장으로 해 각 공화국대표들로 구성돼 있는 기존의 경제운영위원회가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이재학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