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now] 중국에 '월급 명세서 공개'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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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기본급 600, 직책수당 2373.60, 업적급 2368.10, 보조수당 73, 초과근무수당 2104, 미용비 30, 교통보조금 100, 연료비 60, 의료보험 36, 양로보험 50, 전기료 100, 기타 수당 포함 월 수령액 2만2711.76위안(약 270만원)'.

중국 인터넷 신민왕(新民網)에 올라 있는 이 문서는 상하이(上海) 통신회사에 근무하는 고졸 여비서의 월급 명세서다.

'기본급 400, 순회근무수당 3200, 건강수당 2300, 교통비 2000, 옷값 3200, 식대보조비 300, 기타 잡비 포함 월 수령액 1만3200위안(약 160만원)'.

광둥(廣東)의 한 전력회사 검침원의 봉급 명세서다. 그의 학력은 중졸이다. 중국 대도시의 대졸 신입사원 평균 월급이 2500위안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대우다.

요즘 중국 인터넷에는 이런 급료 명세서가 넘쳐나고 있다. '사이궁쯔(曬工資-월급명세서 공개하기)'는 이미 유행어가 됐다. 모든 포털사이트가 운영하는 '사이궁쯔'클럽에는 수천 건의 월급 명세서가 올라 있다. 이름만 가리고 나머지는 모두 공개한다.

'사이궁쯔' 바람은 지난해 9월 '농단(壟斷)기업'에 근무하는 한 직원이 자랑삼아 자기의 월급 명세서를 인터넷에 올린 것이 기폭제가 됐다.

농단 기업이란 전력회사.은행.통신회사.철도공사 등 독과점 기업, 좋은 말로 알짜 국유기업을 가리킨다. 국유기업 직원의 급여는 그동안 일절 비밀이었으나 명세서가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일반에 알려졌다.

일반 기업과 비교도 되지 않는 후한 대우를 본 중국 여론은 들끓었다. 중국판 '신(神)이 내린, 신도 들어가고픈 직장' 논쟁이 불붙은 것이다.

'사이궁쯔'에는 네 가지 유형이 있다. 자기가 얼마나 대단한 대우를 받는지를 보여주는 자랑형이 가장 많다. 다음이 자기 대우가 형편없음을 호소하고 사회적인 동정과 여론의 압력을 구하는 자조형이다. 셋째는 일단 자기 정보를 공개한 뒤 유사 기업의 봉급 공개를 유도하는 정보탐구형이다. 넷째가 신민 왕에 나온 경우처럼 지나친 대우를 받는 직원의 월급을 공개함으로써 사회적인 압력을 가하자는 목적의 폭로형이다.

광둥성 중산(中山)대학 비물질유산연구센터의 주강(朱鋼)박사는 "사이궁쯔 바람은 생활의 조미료 이상의 의미를 지녀서는 곤란하다"고 경계했다.

지나친 폭로 바람은 사회적 박탈감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다. 그러나 '사회적 부조리에 대한 저항'이라는 논리가 점차 힘을 얻는 추세다.

베이징= 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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