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비싼 대가 치른 평택 미군 기지 이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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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부가 평택 미군 기지 이전 사업에 마지막까지 반대해 온 주민들과 이주 및 생계대책에 합의했다. 이로써 2년6개월간 지속된 정부와 주민 간의 심각한 대치 국면이 완전 해소됐다. 군.경과 주민 간에 유혈충돌까지 빚는 등 우리 사회의 대표적 갈등거리였던 평택 사태가 원만히 해결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치르지 않아도 될 엄청난 경제.사회적 대가를 치렀다는 점은 정말 안타깝다. 이 사업은 우리 안보와 직결된 국책사업이다. 국회의 비준 동의를 받은 국민적 합의 사안이다. 정부가 누구 눈치 안 보고 과감하게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인 것이다. 그러나 이 정권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수백 명에 불과한 반미단체에 휘둘림을 당했다. 그들이 각종 불법행위를 저질러도 '먼 산 쳐다보듯' 대했다. 오죽하면 '해방구'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였겠나. 또 주민들에 대한 정부의 설득노력도 진지함이 많이 결여됐다.

이렇게 공권력은 무기력해질대로 무기력해지고 주민들의 반발은 확산되는 사이에 아까운 시간만 낭비됐다. 이전 시기가 지연된 데 따라 막대한 사업비가 추가로 지출됐다. 자재비, 농작물 보상비 등으로 수천억원이 더 들어갔다. 무엇보다 공권력의 위상이 추락한 데 따른 사회적 비용은 계산조차 할 수 없다. 한.미관계 악화에도 일조했다.

이제 이런 어처구니없는 시행착오가 결코 되풀이돼선 안 된다. 그러려면 정부부터 법과 원칙에 입각한 단호한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불법이 판을 치는데 공권력이 눈치만 본다면 어떻게 국책사업이 추진될 수 있겠는가. 이런 실책이 쌓여 국민의 마음이 이 정부로부터 떠나갔다.

각종 반대 시위를 주도한 통일연대.한총련 등도 대오각성해야 한다. 이들은 거처를 아예 평택으로 옮겨 각종 선동을 일삼았다. '평택 미군 기지는 대북 선제공격을 위한 기지'라는 등 엉터리 주장을 주민들에게 주입시켰다. 허황된 이념의 실현을 위해 순박한 주민들을 이용한 것이다. 시민운동이라는 명목으로 국력만 낭비하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