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영업도 단속 못한다면…(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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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유흥업소의 심야영업이 금지된지는 2년,서슬퍼렇게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지도 1년이 각각 가까워 오는데도 심야영업의 뿌리는 뽑히지 않고 있다.
중앙일보 취재진이 확인한 바로는 서울 이태원지역의 경우는 곳곳에서 외등이나 간판 불만 끈채 안에서는 새벽까지 불법영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단속을 두려워하는 기색도 없다. 명색이 단속을 나왔다는 경찰관들은 심야영업 업소에 들어가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라는 것이다.
심야영업단속은 하는 것인가,안 하는 것인가. 이태원은 치외법권 지역이라도 되는 것인가. 이태원지역의 단속 책임을 맡은 사람은 도대체 누구인가. 어떤 사정이 있어서 일반인들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불법영업을 보고도 못본체 하는 것인가. 정말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다.
물론 불법영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 이태원지역만은 아니다. 당국이 단속의 고삐를 늦추기로 한 것인지 대도시 유흥업소 밀집지역마다 심야영업이 되살아 나 있다.
우리는 이런 실태를 보면서 불법심야영업이 단속법규의 강화나 책상위에서 지시만으로는 그 뿌리가 뽑힐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임을 절감한다. 결국 밤이 새도록 흥청거리는 심야영업도 그 수요가 있고,그 비용을 지불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적지않기 때문에 유지될 것이다.
문제의 뿌리는 이 사회의 사치와 과소비풍조,향락적인 사회분위기,그리고 더 근원적으로는 그것을 가능케하는 비정상적인 소득원이 사회도처에 널려 있는데 있을 것이다.
정상적으로 땀흘려 번 소득은 하룻밤에 흥청망청 써버리게 되지 않는다. 결국은 투기 등에 의한 불로소득이나 부정한 수입이 그러한 사치와 낭비,감각적 쾌락의 원천인 것이다.
따라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과감한 제도개혁으로 그러한 원천을 봉쇄하고 경제정의를 확립해 절도있게 행동하고 근검절약하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이는 하루아침에 될 일도,간단한 일도 아니나 문제를 근원적으로 제거하려면 그 작업에 착수하는 수 밖에 없고 그것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을 것이다.
그러나 불법심야영업의 뿌리가 이렇듯 근원적인 문제와 결부되어 있다고 해서 그것으로 당국의 느슨한 단속이나 방치가 변명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근원적인 해결책은 아니나마 응급대책으로서 사회적 공감에 의해 심야영업 금지조처가 시행된 것이라면 그것은 일단 엄격히 지켜져야 마땅하다.
현재처럼 그 금지가 형식적인 것이 되면 법의 권위와 행정의 도덕성은 오히려 금지 이전보다 더 멀어지게 되어 사회에 법을 가볍게 보고 행정을 비웃는 풍조를 확산시킨다. 이는 문제를 경감시키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심화하고 새로운 문제를 파생시키는 것이다.
부작용이 전혀 없는 처방은 없다. 다소의 부작용이 있더라도 일단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라면 그것을 지키는데 온힘을 모아야 한다. 그것을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도 당국부터 불법·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도덕성을 확립하여 법과 행정의 권위와 위엄을 보여주는 일이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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