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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6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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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숫자 6은 일반적으로 좋은 의미다. 우선 생물이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물에서도 숫자 6이 등장한다. 물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맛과 기능 면에서 상반된 것들도 있다.

인체에 가장 좋은 물은 보통 육각형 구조를 띤다고 한다. 이른바 육각수(六角水)다. 자연에 존재하는 물의 분자 형태를 말하는 것인데, 오각형 구조의 물에 비해 육각형 구조의 물이 기능과 맛 등에서 훨씬 낫다고 한다.

분자 형태에서의 물은 오각형 고리 구조와 사슬 구조, 육각형 고리 구조 등 세 가지 모습이다. 물 분자 하나하나가 단독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고 사슬 또는 고리 구조로 서로 손을 맞잡고 있는 형태를 띤다는 것이다.

인체는 보통 60~70%의 수분을 지니고 있다. 인체에 들어 있는 수분 가운데 62% 정도는 육각 구조로 돼 있다. 나머지 중 24%는 오각 구조, 즉 오각수로 구성돼 있다고 한다. 암과 피부병 등 질환이 있는 곳의 수분은 이 오각수로 구성돼 있다고 하니 맛과 기능이 좋은 육각수와는 정반대의 기능을 가진 셈이다.

중국에서도 숫자 6이 지니는 의미는 남다르다. 일이 순탄하게 잘 풀려나가는 뜻의 '류(溜)'와 발음이 같다. 두 글자를 겹친 뒤에다가 다시 '다순(大順:크게 순조롭다)'이라는 말을 붙여 사람에게 행운과 함께 사업 번창을 가져다주는 용어로 쓰인다. 하늘과 땅, 사람이라는 세계 구성의 3원(元)적 요인이 두 개 겹쳐 이루는 안정감에도 주목한다.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일이 진행되면서 사람에게 흉(凶)보다는 길(吉)을 가져다주는 숫자로 보는 것이다.

좋은 물을 이루는 구조, 세계를 이루는 안정감의 표징으로 6이라는 숫자가 쓰이는 셈이다. 하지만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목표로 추진된 6자회담의 경우 그 숫자가 담은 좋은 뜻을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는 감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6자회담에선 좋은 소식이 나왔다. 매번 여러 가지 조건을 걸고 회담에 적극적이지 않던 북한의 자세 변환이 큰 배경이다. 6자회담은 이로써 좀 더 안정적이면서 좋은 내용을 담는 쪽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기존에 개발한 북한 핵을 어떻게 할 것이냐가 진짜 문제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북한과 주변 4강의 안정적 육각형 구조를 이루기 위해서는 기존의 핵무기와 물질을 제대로 없애야 한다. 플루토늄이 섞여 있는 한 제 아무리 좋은 육각수라 해도 인체에 유해한 물에 불과할 것이므로.

유광종 국제부문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