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절하」 충격 적을듯/「환율 변동폭 확대」의 영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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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단기 환차익 겨냥 심리요인 커/업계선 연말 7백50원선 전망
다음주부터의 환율 1일 변동폭 확대(±0.4%→±0.6%)를 앞두고 월말임에도 불구,대미달러 환율이 오르고 있다.
매달 월말에 수출업체들이 환어음을 은행에 매각하는 네고가 몰려 대미 달러환율이 떨어지던(원화 절상) 반복적 패턴과 어긋나는 현상이다.
일부에서는 무역수지 적자상태에서의 환율 변동폭 확대가 원화의 평가절하(31일 현재 전연말대비 2.6%)를 가속화시킬 것이며,이미 그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성급한 판단을 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무역적자가 아무리 커봤자 한달에 10억달러를 넘기 힘든 반면 한달에 우리 외환시장에서 사고 팔리는 달러는 60억달러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변동폭 확대가 원화 절하의 급격한 가속화로 직결된다고 보기는 힘들다.
또 현재의 변동폭 ±0.4%안에서도 실제로 최고 변동폭까지 환율이 올라가 붙거나 바닥까지 내려갔던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그럼에도 8월말의 환율이 불규칙 바운드를 하고 있는 것은 역시 외환시장에서의 단기차익을 바라는 심리적인 요인이 기업들로 하여금 네고를 늦추고,금융기관들로 하여금 달러를 더 많이 갖고 있도록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들의 네고 지연은 무역수지적자 개선을 그만큼 지연시키는 것이어서 다시 환율상승의 요인이 되는 악순환을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무역수지 적자가 원화절하의 추세적 요인으로 상존하는 것은 사실이나 환율변동폭 확대 자체가 절하요인을 크게 늘려놓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이다.
또 외환시장에서 그런 합리적인 판단이 우세할 때 부작용을 줄이면서 외환자유화가 추진될 수 있다.
어쨌든 최근의 달러값 상승이 단기환차익을 겨냥한 일시적 요인임을 감안하면서도 무역업계의 관심은 앞으로 환율이 얼마나 더 오를지에 집중되고 있다.
무역업계에서는 8월초만해도 연말환율을 7백40원 안팎으로 잡았으나 하반기 들어서도 수출이 계속 주춤거려 연간 무역적자가 1백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최근에는 7백50원선으로 보는 측이 많아졌다.<심상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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