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선비들의 멋 되새기는 「한가락 시조 모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매주 월요일 오후7시면 서울낙원동 유도회사무실에는 유장한 가락의 시조 읊조리는 소리가 창밖으로 은은하게 새나와 퇴근길 시민들로 바삐 움직이는 바깥풍경과는 사뭇 대조를 이룬다.
「한가락시조모임」 (회장장대열·44·서울중화중교사) 회원들은 이처럼 1주일에 한번씩 만나 각박하고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에 살면서 자칫 잃어버리기 쉬운 옛선비들의 멋과 여유를 되새기고 있다.
이들이 모임을 정식으로 결성한 것은 지난해1월. 당초 회원들은 유도회에서 개설한 한문강좌에 참석, 한문을 배우고 있었다.
마지막 강의를 끝내고 강의를 맡았던 최권흥씨(62·유도회사무국장·시조시인)가 종강기념으로시조를 한수 읊었다. 그러자 시조의 멋스러움에 감동을 받은 장회장을 비롯한 회원들이 즉석에서시조를 배우고 싶으니 모임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후 최씨의 지도로 회원들은 시조 습작도 하고 곡을 붙여 창으로 읊기도 했다. 회원은 현재20명. 대부분 중·고교교사며 2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또 한달에 한번씩 유적지를 찾아가 선현들의 뜻을 기리며 옛선비들이 그러했듯 정자나 서늘한 나무그늘에서 자연을 벗삼아 시조를 읊조리며 도시생활에서 찌든 묵은 때를 씻어내고있다.
장회장은 『한달에 한번씩 얽매인 생활에서 벗어나 문화유적지를 찾아다니며 선비들의 유유자적하던 생활을 재현하다 보면 생활에 여유를 찾을수 있다』고 말했다.
이모임의 고문을 맡고있는 최씨는 『시조는 문학과 음악이 어우러진 우리고유의 것』이라면서 『시조를 읊으면 심호흡을 해야하는데 이를 통해 내장을 튼튼히 하는등 건강에도 좋다』며 시조읊기를 권했다.
최근 이들은 자신들의 작품을 모은 시조집 『한가락』을 출판하기도 했다. <정재헌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