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능화 대신 '임시 중지' 표현 … 북한 2단계 조치 나설지 의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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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합의로 북핵 문제 해결의 물꼬가 트였지만 이행 과정엔 곳곳에 암초가 숨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북한이 2단계 조치에 포함된 핵시설 '불능화(disablement)'에 나설지 여부다. 정부는 북한이 중유 95만t 상당의 추가 지원을 받기 위해서라도 불능화 단계를 이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서 북한은 불능화 시기를 합의문에 넣자는 제안에 끝까지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3일 오후 10시쯤 베이징발로 회담 타결 소식을 전하면서 "회담에서 각 측은 조선(북한)의 핵시설 가동 임시 중지와 관련해 중유 100만t에 해당하는 경제, 에네르기(에너지)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핵시설 불능화 대신 '핵시설 가동 임시 중지'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핵시설 가동 임시 중지란 불능화의 전 단계인 동결이나 폐쇄 수준에 불과하다.

합의 뒤 30일 내에 첫 회의를 개최키로 한 5개 실무그룹 논의에서도 걸림돌이 나타날 수 있다. 회담 참가국들은 합의문에서 "5개 실무그룹에서 만들어진 계획은 상호 조율된 방식으로 전체적으로 이행될 것"이라고 했다. 가령 북.미 관계 정상화 실무그룹에서 난관이 조성되면 경제 및 에너지 협력 실무그룹에서 다루는 대북 지원 논의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납북자 문제의 진전이 없으면 대북 지원에 동참할 수 없다는 일본의 입장도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소다. 일본이 대북 지원에 불참하면 중국과 러시아의 부담이 커지게 된다. 이들 국가의 반발이 나올 수 있다.

이번 합의가 궁극적인 핵무기 폐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이번 합의로 핵 폐기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의미가 있지만 낙관은 금물"이라며 "북한이 기존 핵 정책을 폐기 쪽으로 가닥을 잡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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