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 합의' 국회 동의 필요 없다지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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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합의는 국회 동의 과정이 필요할까.

국제법 전문가와 국회의원들은 13일 "형식적으론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1994년 제네바 합의와 2005년 전력 200만㎾ 제공 합의 때와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서강대 왕상한(법학과) 교수는 "조약의 경우 국내법적 효력을 부여하기 위한 국회 동의 등 비준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그러나 이번 합의는 '정치적 타결' 형태여서 비준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최성 의원과 무소속 최재천 의원, 한나라당 진영.박진 의원 등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들도 같은 취지의 얘기를 했다.

하지만 형식상 동의 절차는 아니더라도 사실상 국회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은 많았다.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야 하는 만큼 여야 합의를 거쳐야 원활한 집행이 이뤄질 수 있다는 현실론이다.

서울대 백진현(법학과) 교수는 "이번 합의가 국민적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국민적 동의가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국회에서 논의하고 합의하는 과정을 거치는 게 헌법 정신으로나 정치적으로나 훨씬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 의원도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사실상 보고하고 국회 협조를 받지 않으면 협상을 실현하기 어렵다"며 "국민 세금이 들어가야 할 문제인 만큼 국회의 판단과 역할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최재천 의원은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웃돌게 지원해야 한다면 국회 예산 심의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의회의 예산 통제권이 우리보다 훨씬 강한 미국에선 94년 제네바 합의가 의회 논의 과정에서 반대에 부딪혀 이행 내용이 축소된 바 있다.

고정애.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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